여권 프랜차이즈 시각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입력 2020-06-21 15:28
수정 2020-06-21 15:30
‘19대 국회 33개, 20대 국회 80개.’

그동안 국회에 발의됐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를 위한 법(가맹사업법) 개정안’ 수다. 현 정부 들어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부분 ‘을(가맹점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갑(가맹본사)’의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다. 갑을 프레임에 따라 을인 가맹사업자를 무조건적인 피해자, 약자로 보는 시각에 사로잡혀 있다.

발의된 법안 가운데 실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19대 4건, 20대 8건뿐이다. 검토 없이 발의부터 하고 보는 ‘졸속입법’ 행태가 가장 많은 분야가 가맹사업이다.

이달부터 문을 연 21대 국회 상황도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협의권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 도입 △가맹본부의 광고·판촉 시 가맹점사업자의 사전동의 의무화 등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6월 18일자 A1, 20면 참조

프랜차이즈 사업에선 본사와 가맹점이 ‘사업자 대 사업자’의 수평적 관계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져 탄탄한 경쟁력, 지원 능력을 갖추지 못한 가맹본사는 곧바로 도태된다. 경쟁력이 없는 가맹본사는 가맹사업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가맹점사업자단체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협의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과징금까지 부과하겠다는 발상은 이런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어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착한 프랜차이즈’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170개 가맹본사가 16만여 곳 가맹점을 가맹금·물품대금 인하 등의 형태로 지원했다. 지원 규모는 170억원에 달한다. 가맹사업자를 상생의 동반자가 아니라 갑을 관계로 간주했다면 이런 지원이 가능했을까.

가맹본사와 사업자가 손잡고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돌파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입법 시도는 당황스럽다. 양측 협상 결렬 시 ‘집단 휴업권’을 허용하는 법안까지 통과된다면 가맹점사업자단체는 노조와 동일하게 노동3권(구성·협상·행동)을 갖게 된다. 광고·판촉 사전동의제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마케팅을 불가능하게 한다. 최근 TV 드라마 제품 간접광고(PPL)의 가장 큰손(광고주)이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본사의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면 브랜드 가치와 함께 가맹점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맹본사의 사업 의지가 꺾여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호진 <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