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원옥 할머니 양아들, 매주 빈손으로 와서 돈만 챙겨가"

입력 2020-06-20 08:29
수정 2020-06-20 08:31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최근까지 일한 요양보호사들이 길원옥 할머니 양아들 황선희(61) 목사가 매주 빈손으로 쉼터를 찾아와 할머니로부터 돈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할머니의 돈 가운데 적잖은 금액이 황 목사에게 꾸준히 전달됐다는 주장했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양자 황 목사와 며느리 조모 씨는 손모 쉼터소장이 길 할머니 계좌에서 뭉칫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본인들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손 소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손 소장은 2004년부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근무하며 약 16년간 길 할머니를 돌보며 생활했다.

2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길 할머니를 돌봐온 요양보호사 A씨와 B씨는 오히려 황 목사 쪽에서 지속적으로 길 할머니의 돈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정의연의 정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인 2013년 쉼터에 채용돼 최근까지 일했다. 모 입주간병업체 소속인 B씨는 2013년부터 작년 말까지 길 할머니를 돌봤다.

A씨와 B씨의 말을 종합하면, 황 목사는 매주 한 차례 마포 쉼터를 찾아 30분에서 1시간가량 길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갔다. 평소에는 혼자 오다가 지난달부터는 아내 조씨와도 함께 왔다고 한다.

A씨는 "길 할머니는 항상 주머니에 현금이 없으면 불안해하셨다. 그래서 늘 양 호주머니에 현금을 채워 놓으셨다"며 "그 돈을 아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거의 다 가져갔다"고 말했다.

황 목사는 이처럼 길 할머니한테서 매주 받아가는 돈 외에도 매달 60만원을 할머니로부터 정기적으로 받았다고 A씨 등은 전했다.

이렇게 황 목사에게 들어간 길 할머니의 돈은 매달 100만원 가량이었다고 한다. 정의연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길 할머니가 매달 받는 여성가족부·서울시 지원금, 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 급여 등을 모두 더한 금액은 약 350만원이다.

B씨는 황 목사를 두고 "보통 어머니를 뵈러 가면 과일 하나라도 사 올 줄 알았는데 거의 빈손으로 왔다"며 "할머니가 돈이 없었다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목사는 지난달 정의연 회계 문제가 불거지고, 검찰이 정의연 사무실과 마포 쉼터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할머니를 자신이 모시겠다고 나섰다. 그전까지 정식으로 길 할머니 양자로 입적(入籍)하지는 않았던 황 목사는 지난달 말 길 할머니의 호적에 이름을 올렸다.

입적 절차를 모두 끝낸 지난 1일에는 손 소장을 만나 손 소장 명의 통장에 보관하고 있던 돈 3000만원을 2차례에 걸쳐 송금받았다. 이는 실향민인 길 할머니가 통일이 되면 북한에 교회를 세우려고 손 소장에게 부탁해 보관하고 있던 돈이었다는 것이 정의연 측 설명이다.

A씨는 "길 할머니가 '입적하지 않고 놔둬도 된다'고 말했지만, 황 목사는 '소장님이 (통장을) 가지고 있으면 큰일 난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 내가 상주 역할도 해야 한다. 3000만원을 내 앞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길 할머니가 '장례 비용은 여기(정의연)서 다 하니 그 돈은 안 써도 된다. 소장님께 둬도 괜찮다'고 했지만, 황 목사는 '그래도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황 목사는 손 소장한테서 3000만원을 받은 날에도 할머니를 만나서는 "오는 길에 접촉사고가 났다"며 50만원을 받아 갔다.

A씨에 따르면 황 목사와 부인 조씨는 손 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아낸 지난 1일 손 소장에게 "8일에 다시 올 테니 2004년 할머니를 모시기 시작할 때부터 할머니 계좌 내역을 다 준비해 놓으라"고 요구했다. 손 소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기 닷새 전 일이다.

A씨는 "손 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날 부엌에서 설거지하고 있는데, 소장님이 다가와서 '2004년부터 해 놓으라는데 내가 어떻게 그 증거를 다 마련하느냐. 8일에 온다고 한다'며 고민스러워했다"고 전했다. 그는 손 소장이 "황 목사가 어떻게든 나를 죽이려고 노력은 할 거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A씨는 "(황 목사의 요구는) 예를 들어 정부에서 200을 받는다면 200의 지출내역을 다 뽑아놓으라는 것인데, 소장님은 200을 뽑아서 할머니에게 드리고 할머니가 '이건 저축해라'는 식으로 알아서 관리했다"며 "손 소장은 (지출내역을) 따로 기록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검찰 압수수색 이후 소장님이 많이 힘들어하셨다. 유튜버나 기자들이 찾아와 계속 초인종을 누르고, 쉼터 앞 건물 옥상에 올라가 카메라로 찍으니 식사도 못 하고 '누가 날 쳐다보는 것 같다'며 무서워했다"며 "그러던 와중에 황 목사까지 힘들게 한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손 소장이 숨진 다음날 마포 쉼터에 황 목사 부부가 찾아와서 돈 이야기를 하면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며 "윤미향 의원이 '돌아가신 지 하루도 안 됐는데 이러시면 안 된다'며 정중히 돌아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요양보호사들은 할머니가 평소 쉼터를 떠나기 싫어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할머니가 쉼터를 떠나던 그 날에도 '가기 싫다. 떠나기 싫다'고 하셨다"며 "그렇지만 아들이 가자니 차마 거역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떠나기 전날 저녁까지도 길 할머니는 '집에 안 가면 안 되느냐. 내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물건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거냐'라길래 '싫으면 안 가면 된다. 아들에게 가기 싫다고 이야기하시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할머니는 막상 다음날 아들 얼굴을 보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따라갔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