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30)은 지난주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에서 열린 골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목표는 내셔널 타이틀. 9년 만에 출전하는 한국여자오픈 대회장처럼 양잔디가 깔린 서귀포시 테디밸리CC에 특훈 캠프를 차렸다.
‘내셔널 타이틀 사냥꾼’ 유소연이 다섯 번째 타이틀 고지에 한 발 다가섰다. 1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2·6929야드)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 2라운드에서 유소연은 버디 6개,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전날 6언더파에 이어 이날도 5타를 줄인 그는 중간 합계 11언더파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유소연은 “제주 특훈이 오늘 샷감을 살려주고 쇼트게임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지난 2월 호주오픈 이후 대회 출전이 없었는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도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소연의 아이언은 날이 서 있었다. 11번홀(파4)에서 세컨드 샷을 핀 3.5m에 붙이며 버디를 낚은 데 이어 12번홀(파3)에선 7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홀 80㎝ 옆에 떨어졌다. 13번홀(파4)과 14번홀(파5)에서도 각각 4m, 1.5m 퍼트 거리만 남기는 아이언 샷을 선보이며 4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유소연은 중국(2009년), 미국(2011년), 캐나다(2014년), 일본(2018년) 4개국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우승했다. 한국여자오픈을 우승하면 다섯 개의 내셔널 타이틀을 따는 것.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08년 천둥 번개가 치는 가운데 신지애(32)와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이 12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다. 유소연은 “골프는 타이밍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잘 쳐야 한다”고 했다.
2018년 이 대회 우승자인 오지현(24)은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10언더파 단독 2위로 유소연을 맹추격했다. 오지현은 “티샷의 페어웨이 적중률과 그린 적중률은 투어 데뷔 이후 가장 좋다”며 “전성기의 70% 수준인 퍼트감만 끌어올린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라운드 물오른 샷감을 선보였던 해외파들은 이날도 강공을 이어갔다. 세계랭킹 6위 김세영은 이날 3타를 추가로 덜어내 중간 합계 7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첫날 7언더파를 치며 단독 선두로 나섰던 세계 1위 고진영(25)은 버디 2개,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공동 3위로 반등 기회를 살렸다.
인천=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