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선 '투자'라지만…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은 매매계약에 더 가까워"

입력 2020-06-19 17:21
수정 2020-06-20 00:49
‘펀딩하기는 쇼핑하기가 아닙니다. 메이커의 창작활동 및 목표 실현을 위한 과정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와디즈와 텀블벅 등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펀딩을 투자 또는 후원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다.

와디즈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뢰한 결과 후원형 펀딩은 시제품 단계여서 판매가 아니라 투자에 해당한다는 답을 들었다”며 “매매거래가 아니어서 전자상거래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정위 측은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프로젝트의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창작자의 개발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이 투자보다 매매계약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일반 매매와 거래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투자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윤민섭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국내 법률상 투자는 원본손실가능성이 있을 때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펀딩 프로젝트의 성패 여부 자체를 손실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윤 위원은 “원본손실가능성은 금전에만 적용되는 개념으로 보상(물건)에는 적용할 수 없다”며 “부동산 거래도 투자를 목적으로 하지만 법률상으론 부동산 매매로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을 투자로 볼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 후원자가 돈을 지급하는 목적이 투자보다는 물건 구매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피해를 대비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홍 교수는 “사실상 투자가 아닌데 투자라는 이유로 후원자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펀딩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누가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펀딩업체에서 계약에 대한 보험을 도입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위원은 “자금 사용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통제권한 및 의무를 중개인에게 부여해야 한다”며 “표준약관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