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등을 이유로 3살짜리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창경)는 19일 오후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38)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31일 오후 4시30분께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술을 마시고 아들 B군(3)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여러 가지 힘든 일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했다"고 진술했다. 현장에선 A씨가 이혼 후 홀로 두 아들을 키우며 겪어야 했던 생활고에 대한 토로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가 발견됐다.
A씨는 B군의 목을 조른 후 전처에게 전화해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씨를 긴급체포했으며 B군은 정신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하루 만에 숨졌다.
A씨는 공소사실은 인정했으나 전부터 앓아온 우울증이 범행에 영향을 줬다며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05년부터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은 인정되나 범행 전날까지도 우울증약을 복용해 그 증상이 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처로부터 자신이 키우겠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오만한 생각을 갖고 홀로 양육하다 범행을 예고한 후 실행했다"며 "(자살할 것처럼 메모를 남겼으나) 자살할 생각도 없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처와 이혼 후 혼자 두 자녀를 돌보다 경제적 사정 등의 이유로 갈등을 겪으면서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른 사정과 전처가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