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의 건강노트] 코로나 치료에도 한몫한 스테로이드, 통증 바로 잡지만 맹신은 금물

입력 2020-06-19 14:34
수정 2020-06-20 01:3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연구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을 만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임상시험에서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덱사메타손이 중증 환자 사망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코로나19 입원 환자 중 2000명에게 소량의 덱사메타손을 투여한 뒤 이를 투여하지 않은 4000명과 비교한 것인데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40%에서 28%로,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5%에서 20%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소식에 세계 의료계에서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반겼습니다. 덱사메타손은 개발된 지 오래돼 세계 각국에서 생산하고 있어 국내에선 0.75㎎ 한 알 가격이 17~33원일 정도로 저렴한 것이 특징입니다. 경증 환자에게는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코로나19로 생명이 위독한 환자에게 한 가지 옵션이 더해졌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소식입니다.

스테로이드는 의료계에서 만병통치약이라고 부를 정도로 흔한 약물입니다. 스테로이드는 인체 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인데요. 이를 합성해 염증 치료 등에 사용하는 것이 코르티코스테로이드입니다. 불법 도핑 등에 사용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는 다릅니다.

스테로이드는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처럼 염증을 자주 다루는 분야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염증 반응을 억제해 통증을 사라지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왕준호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테니스 엘보, 퇴행성 관절염, 슬개건염, 방아쇠수지증후군, 오십견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도 골프 연습 중 팔꿈치를 다쳐 500mL 생수병을 들 수 없을 정도로 고생했을 때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경험이 있습니다. 주사 후 두세 시간 만에 통증이 사라져 매우 신기했었지요.

하지만 모든 약이 그렇듯 부작용을 조심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의 가장 큰 부작용은 피부 조직 함몰이나 괴사, 부신기능 저하증, 혈당 조절 방해 등이 있습니다. 인대에 반복적으로 주사하면 조직이 약해져 파열 위험이 커집니다. 왕 교수는 “무릎 관절의 경우 1년에 3회 넘게 처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환자에게 덱사메타손을 처방할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염증 반응뿐만 아니라 면역 반응을 억제해 뜻밖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서입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덱사메타손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며 “코로나19의 근본적 치료제라기보다 염증 반응을 완화해주는 보조적 치료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병의원에서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았다면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지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지나친 걱정 때문에 임의로 투약을 중단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에 대한 맹신도 금물입니다. 저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당일 다시 운동하러 갔다가 5일 만에 통증이 재발해 한 달 넘게 치료를 받으며 고생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바랍니다.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