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면서 회식 자리 등에서 술 대신 탄산음료를 마시는 사람이 늘었다. 술자리가 아니더라도 탄산음료가 없으면 식사를 제대로 못할 정도로 톡 쏘는 맛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무더운 여름이면 더욱 섭취량이 늘어난다.
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사진)는 “탄산음료는 설탕이나 액상과당 등 정제된 당이 많이 함유된 음료”라며 “당분이 지방으로 축적되면 비만, 당뇨병, 동맥경화 등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탄산음료는 정제당과 정제수, 탄산가스, 구연산, 카페인, 인산 등으로 구성된다. 색을 내는 합성착색제(캐러멜색소 등)나 향을 내는 합성착향료 등 인공첨가물도 들었다. 탄산음료는 당분이 많이 든 음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콜라 1캔(250mL)에 포함된 당류는 27g이다. 각설탕 7개 분량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하루당 섭취량을 50g으로 제한하고 있다. 콜라 한 캔만 마셔도 절반 이상을 채우는 셈이다.
탄산음료에 든 인산 성분은 세균과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고 톡 쏘는 맛을 낸다.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오랫동안 섭취하면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인산 섭취는 골다공증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몸속에 있는 칼슘이 빠져나가도록 해 뼈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계속 탄산음료를 마시면 치아 겉면이 벗겨져 부식될 가능성이 높다.
탄산음료는 당분만 포함된 음료다.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는 없다. 영양이 텅 빈 음료인 셈이다. 많이 마시면 음식을 통해 섭취한 영양분이 빠져나가도록 돕는다. 탄산음료를 마시면서 흡수한 당을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영양소가 필요한데, 탄산음료 자체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몸속에 있는 비타민 미네랄 등을 사용한다. 몸속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부족해지면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갈증을 해소하거니 수분을 보충하는 데도 탄산음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 교수는 “탄산음료 속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하기 때문에 몸에 들어온 탄산음료 양보다 더 많은 물을 내보낸다”며 “설탕은 혈당을 빠르게 높여 갈증을 유발한다”고 했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탄산음료를 마시면 수분만 빼앗긴다는 의미다.
탄산음료에는 각종 인공첨가물도 들었다. 몸속에 한 번 들어온 인공첨가물의 일부는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쌓인다. 지나치게 많이 쌓이면 신경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면역력이 떨어져 염증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가능한 한 인공첨가물을 섭취하지 말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이유다.
탄산음료는 최대한 적게 마셔야 한다. 꼭 마셔야 한다면 입에 머무는 시간을 짧게 줄여야 한다. 치아 건강을 위해서다. 공복에 마시면 위가 큰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삼가야 한다. 탄산음료는 물이나 얼음을 섞어 마시는 것이 좋다. 당분이 중화되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탄산음료를 먹고 난 뒤 하루 안에 같은 양의 물을 마시면 탄산음료가 체내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것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산의 톡 쏘는 느낌을 포기할 수 없다면 탄산수를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탄산수는 당분이 없고 탄산만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당분이나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은 탄산수는 위와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줘 배변 기능에 도움이 된다.
탄산음료는 대부분 햄버거, 치킨, 피자 같은 지방이 많이 든 음식과 함께 먹는다. 건강에는 좋지 않다. 오 교수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고칼로리 음식과 함께 탄산음료를 마시면 상상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한다”며 “이들 음식을 먹을 땐 탄산음료 대신 탄산수나 우유 등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