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거리 7000야드 코스 무력화한 K골프 女帝들

입력 2020-06-18 17:57
수정 2020-06-19 03:23

세계 최강 태극 여제들은 ‘골프의 신’ 잭 니클라우스가 낸 난제를 너무 쉽게 풀었다. 한국여자골프대회 역사상 가장 긴 메이저 대회의 7000야드 코스는 전·현직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 유소연(30)에게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18일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가 열린 인천 청라 베어즈베스트GC(파72·6929야드) 1라운드가 버디쇼로 한껏 달아올랐다. 고진영이 7언더파를 몰아쳤다. 1타 차 단독선두. 버디 7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1개도 범하지 않았다. 전반에 버디 4개, 후반에 버디 3개를 낚았다.

유소연도 펄펄 날았다. 첫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6타를 줄여 공동 2위에 올랐다. 역시 보기는 없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이민영(28)이 버디 8개, 보기 2개로 유소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민영은 “티샷도 가장 넓은 쪽으로만 쳤고, 그린을 공략할 때도 핀 쪽보다는 그린 한가운데를 겨냥했다”며 “그린에서도 퍼트하기 편한 곳에 볼이 떨어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을 2014년부터 열어온 베어즈베스트GC는 코스가 어렵기로 유명하다. ‘황금곰’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세계 최고 코스들을 모았기 때문이다.

좁은 페어웨이와 깊은 러프, 단단한 그린,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까지 이겨내야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지난해 우승자 이다연(23)은 4언더파를 쳐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올해는 전장까지 100야드가량 늘어났다. 합계 1오버파면 우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다. 1라운드 성적만 놓고 보면 ‘34년 역사상 가장 어려운 난코스’라던 대한골프협회(KGA)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이날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44명. 지난해 1라운드(24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러프는 그리 길게 자라지 않았고 그린도 예상보다 부드러웠다는 게 선수들 평이다. 4언더파를 친 임희정(20)은 “러프 길이가 생각보다 길지 않아 스코어가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루키 김리안(21)과 투어 2년차 성유진(20)이 5언더파 공동 4위다.

‘양잔디(켄터키 블루 페어웨이)’에 익숙한 해외파 선수들의 강세가 유독 돋보였다. 김세영(27)도 4언더파 공동 6위로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1언더파(공동 30위)로 1라운드를 마무리한 이정은(24)도 “첫날 생각보다 그린이 잘 받아줬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