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 한국인 5명 중 1명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삶에 만족하거나 본인이 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비율은 떨어졌다. 중앙정부 신뢰도는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군대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19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중 ‘외롭다’고 느끼는 비율은 20.5%로 2018년(16.0%)보다 4.5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11.3%에서 16.7%로 상승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만 19~69세 인구 8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나온 수치다.
소득수준 낮을수록 외로움 더 느껴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남자(19.6%)보다 여자(21.5%)가 사회적 고립감을 더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60대(25.1%)와 40대(21.8%)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30대(18.6%)와 50대(18.8%)는 평균보다 낮았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 비율은 첫 조사 시점인 2013년(28.9%)부터 2018년(16.0%)까지 줄곧 감소하다 지난해 처음 증가세로 전환됐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도 2012년(28.1명)부터 떨어지다 2018년 26.6명으로 1년 전보다 2.3명 늘었다.
삶의 만족도 역시 2013년부터 상승세를 타다 6년 만에 처음 하락했다. 지난해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사람 비율은 전체의 60.7%로 2018년(63.7%)보다 낮았다. 삶의 만족도는 소득수준에 비례했고 여자(62.0%)가 남자(59.5%)보다 높게 나타났다.
자신의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 비율도 2018년 67.9%에서 지난해 63.9%로 하락했다. 이 비율도 2013년 이후 계속 상승하다 지난해 처음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가구의 자산은 늘고 근로시간은 줄어드는 등 긍정적 지표도 꽤 있었다. 가구당 평균 자산은 1155만원(2.7%) 증가한 4억3191만원이었다. 금융자산이 1억570만원, 실물자산이 3억2621만원으로 각각 2.2%, 2.9% 늘었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7910만원으로 3.2%(242만원) 증가했다. 지난해 주당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임금 근로자 35.9시간, 비임금 근로자 46.8시간으로 전년보다 각각 0.7시간, 0.3시간 줄었다.
사교육비에 휘둘리다 노후엔 건강 악화
전·월세 가격이 올라 국민의 소득 지출에서 임차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 만에 커졌다. 전 국민의 소득 대비 임차료 비율은 2014년 이후 계속 하락하다 지난해 16.1%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 지역으로 한정하면 이 비율은 2018년 18.6%에서 20.0%로 증가했다. 월급 중 5분의 1을 전·월세 보증금이나 임차료로 쓴 셈이다.
사교육비 부담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3만원 증가했다. 초·중·고생의 사교육 참여율도 74.8%로 1년 전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기대수명은 늘었지만 아픈 기간을 제외한 건강수명은 줄었다. 2018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2년 전보다 0.3년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수명은 64.9년에서 64.4년으로 줄었다. 이로써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는 2016년 17.5년에서 2018년 18.3년으로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암으로 인한 사망이 154.3명으로 가장 많았다. 심장질환(62.4명), 폐렴(45.4명), 뇌혈관 질환(44.7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폐렴 사망자 수는 2010년 14.9명에서 2018년 45.4명으로 급증했다.
2018년 19세 이상 성인의 음주율(한 달에 1회 이상 음주한 비율)은 57.8%로 전년보다 1.4%포인트 떨어졌다. 전년 대비 남자의 흡연율(35.8%)과 음주율(70.0%)은 모두 낮아진 반면, 여자의 흡연율(6.5%)과 음주율(45.7%)은 높아졌다.
2018년 기준 13세 이상 인구 중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30.4%였다. 출산율이 계속 떨어져 지난해 5171만 명인 총인구가 2028년에 519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정인설/강진규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