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규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한 시장은 미래를 예측하며 움직였다. 건설주와 은행주는 줄줄이 주가가 하락했고 증권주는 올랐다. 부동산 투자 자금이 증시로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재건축 위축, 인테리어 수요↑
삼성물산(-0.41%) 현대건설(-1.66%) 대림산업(-1.41%) GS건설(-1.69%) 대우건설(-1.66%) 등 건설주는 18일 일제히 하락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정비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면서 재건축 사업 승인 가능성은 물론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현욱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주택건설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 동원 가능한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이 유리한 입찰 조건으로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구 수요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통상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들어 건자재 업종이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택 매매 대신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선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원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생겼다. 한동안 재건축 초기 단지에선 이사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규제 강화로 이사를 포기한 집주인이 리모델링을 하거나 가구를 새로 들이면서 한샘, 현대리바트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구도심 주택시장이 과거에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변화를 추구했다면 앞으로는 인테리어를 통한 질적 공급의 시대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테리어 관련 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수혜주로도 꼽힌다.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코로나19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이들 업체가 ‘깜짝 실적’을 기록한 배경이다.
희비 엇갈리는 은행과 증권
은행주의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대출 수요까지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갭 투자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법인 투자자의 주택담보대출을 막은 것이 대표적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연이은 부동산 규제 안은 은행에는 부담”이라며 “신규 대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형 은행주인 신한지주(-0.81%), 하나금융지주(-0.71%), 우리금융지주(-0.65%) 등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6·17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풍선 효과로 증시 주변 자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증시 주변 자금 중 개인투자자의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4조2322억원 늘어난 48조730억원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기조에 부동산 규제 효과까지 맞물리면서 이달 내 사상 처음 5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키움증권은 3.87% 오른 9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부국증권(3.26%), 유안타증권(2.55%), SK증권(2.21%), 한양증권(2.00%), NH투자증권(0.99%) 등도 상승세를 탔다.
특히 개인 주식거래 중개를 많이 하는 증권사에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파생상품시장 등에서 개인이 거래하면서 내는 ‘수탁수수료’ 수입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미래에셋대우가 143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증권(1286억원), 키움증권(1225억원), NH투자증권(1124억원), KB증권(108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은 1분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수와 매도를 합쳐 총 1231조원어치 거래했다. 2분기에는 17일까지 1741조원으로 거래대금이 40% 이상 늘었다. 2분기 국내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고재연/고윤상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