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동학개미·美 로빈후드…일본엔 '닌자개미' 있다

입력 2020-06-18 17:24
수정 2020-06-19 01:34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한 것을 기회로 삼아 주식 투자에 나서는 젊은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한국의 ‘동학개미’에 빗대 ‘닌자개미’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계열 전문지인 닛케이머니가 18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사람은 전체 조사 대상 3만4973명 가운데 3777명으로 10.8%에 달했다. 작년 조사 때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올해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은 30대(35.2%), 40대(26.8%), 20대(20.1%) 등의 순이었다. 20~40대가 신규 주식 투자자의 80%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새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계기는 ‘노후자금 마련’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급락’ ‘자산 형성을 통한 조기퇴직 실현’ 등의 순이었다.

증권사들의 신규 계좌 개설 수에서도 닌자개미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월 인터넷전문 증권사인 SBI증권과 라쿠텐증권의 신규 계좌 개설은 28만 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닌자개미들은 외국인들이 팔아치우는 자국 주식을 사들이는 등 한국의 동학개미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닌자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복수응답)은 일본 주식(58.4%)이었다. 선진국 상장지수펀드(ETF), 일본 ETF 등도 주요 투자처였다. 도쿄증시 거래대금의 70%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5월 둘째 주까지 14주 연속 일본 주식을 순매도한 것과 대비를 이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액으로 주식 투자가 가능한 구조가 확산되면서 젊은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긴급 경제대책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씩 지급하자 이를 주식 투자에 쓰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가계부 앱 머니포워드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10만엔을 주식 투자에 사용하겠다는 응답은 13%에 달했다. 주식 투자에 쓰겠다고 답한 사람 가운데 60%가 30~40대 젊은 층이었다. 전체 설문조사 대상자 중 10%는 코로나19 이후 주가 급락을 계기로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