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업무보조 로봇 시스템 ‘A.I(인공지능) 몰리’가 한국표준협회에서 주최하는 ‘2020 대한민국 혁신대상’에서 서비스혁신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5월 도입된 A.I 몰리는 인공지능 기술을 토대로 직원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AI를 융합한 업무 자동화를 추진하는 것은 국내 은행권에서 처음이다. 직원들의 부수 업무를 처리하는 게 핵심 기능이다. 자주 발생하는 업무 처리 과정 전반을 알려주고, 그 업무를 진행할 때 필요한 서류를 찾아 모아준다. 운전할 때 길찾기를 도와주는 내비게이션과 비슷하다.
신한은행 직원들이 기존에 사용했던 업무용 지식검색시스템(KMS)은 검색어가 포함된 모든 정보를 단순히 나열해주는 방식이었다. 여러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지만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영업점 직원 입장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일일이 판단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반면 A.I 몰리를 통한 검색은 ‘챗봇’ 형식으로 이뤄진다. 검색어를 기초로 의도 분류, 동의어 분석, 유사질의 탐색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정보 검색의 속도와 정확도가 향상됐다. 예컨대 직원이 A.I 몰리에서 ‘청약주택’을 입력하면 청약주택 업무를 볼 때 자주 활용하게 되는 현황조회, 투기과열지구 청약자 순위 점검 등을 제시해준다. 금융사기 피해 접수, 외환거래 사유코드 확인, 업무담당자 조회 및 연결 등이 가능하다. 지역별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도 안내한다.
A.I 몰리의 활용은 업무정보 검색에 그치지 않는다. 신기술을 적용해 영업점에서 일일이 조작하기 어려운 업무들을 간단하게 만들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자동으로 입력해 주는 ‘기업 재무제표 입력 자동화 프로세스’가 대표적이다. 영업점 직원이 A.I 몰리에 기업의 사업자번호와 재무제표 발급번호만 입력하면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 시스템이 국세청 정보를 조회해 자료를 자동으로 입력한다. 입력 작업이 끝나면 후속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신청 직원에게 알림 메시지까지 보낸다. 자동화 프로세스를 활용하면 직원이 직접 자료를 입력하는 데 소요되는 20~30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숫자를 잘못 입력해 발생할 수 있는 업무 오류 우려도 사라졌다. 이를 통해 앞으로 5년간 21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밖에 AI 비전과 결합한 ‘정책자금 추천서 판별’, 은행 내부시스템과 연계한 ‘전세대출 상품추천’, 카카오 플랫폼을 적용한 ‘알림톡 안내발송’ 등도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은 “A.I 몰리는 직원의 빠르고 정확한 업무처리를 지원함으로써 고객께 편의를 드리고자 도입한 인공지능 챗봇”이라며 “고객들의 금융 생활에 든든한 역할을 하는 또 하나의 직원으로 잘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힘찬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