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반한 매체인 산케이신문이 1면 칼럼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허락이 없으면 똥도 못눈다'는 소설 대목을 인용하며 한국의 대북정책을 조롱하고 나섰다. 칼럼 전체 내용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글을 인용해 이웃나라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하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18일 1면 장기 고정칼럼인 산케이쇼(産?抄·'산케이신문이 뽑은 오늘의 주요 장면'이라는 의미)를 통해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의 소설 '2020 북미 핵전쟁'을 인용했다. 이 칼럼을 그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달 일본에서 출간된 '2020 북미 핵전쟁'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단언한다. "제가 올림픽에서 문재인과 직접 얘기한 적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자는 미국의 허가가 없으면 똥도 못눕니다."
'2020 북미 핵전쟁'은 2020년 3월 북한이 한국과 미국, 일본을 상대로 핵공격을 감행해 300만명이 사망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산케이신문은 제프리 루이스가 오랜 기간 핵문제를 연구한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등장인물이 모두 실제 인물이기 때문에 허황된 얘기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소장이 "2018년 8월 이전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사실이다"라고 말한 대목도 소개했다.
이 칼럼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의 탄도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다며 북부 아키타현과 남부 야마구치현에 설치하려던 지상 미사일 요격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를 돌연 백지화한 데 우려를 나타내기 위해 쓰여졌다.
칼럼의 결론도 "이지스 어쇼어 배치계획을 백지화한 이상 한시라도 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로 끝난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허락 없이는 화장실도 못간다는 대목을 인용할 연관성을 딱히 찾아보기 어렵다. 소설을 인용하는 형태를 취했다고는 하지만 자국의 방위 체계를 우려한 칼럼에 이웃 나라의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하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