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수천만원씩 길원옥 할머니 가족 모르게 뭉칫돈 빠져나가"

입력 2020-06-18 11:11
수정 2020-06-18 11:18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품 회계 누락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6일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양자 황모 씨와 며느리 조모 씨를 소환 조사했다.

두 사람은 정의연 마포 쉼터 손모 소장이 길 할머니 계좌에서 뭉칫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길 할머니는 마포 쉼터에 머무르다가 손 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인 지난 11일 인천 연수구 황 씨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조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머님(길 할머니)께서 매달 110만~120만원 정도 받는 줄 알았는데 350만원씩 지원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이렇게 큰 돈을 받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조 씨는 길 할머니 계좌에서 수백만~수천만원씩 뭉칫돈이 빠져나간 건 사실이라며 "'(손 소장에게) 돈을 어디에 썼느냐'고 물었더니 '길 할머니께 가져다 드렸고 길 할머니가 다 썼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 씨는 "손 소장에게 '뼈를 깎는 아픔이 있어도 진실하게 해야 한다. (사용 내역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고 했는데, 이후 손 소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길 할머니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의 송금처에는 미디어몽구, 통일뉴스 등 정의연과 관련 있는 매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는 2016년 정의연이 운영하는 또 다른 위안부 할머니 쉼터인 '안성 쉼터'에 정의연 직원들과 함께 찾아가 삼겹살을 구워 먹고, 2017년에는 트위터에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의 조의금을 걷겠다"는 취지로 손 소장의 개인 계좌를 공개한 바 있다.

'통일뉴스' 소속 조모 기자는 현재 윤 의원의 4급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으며 통일뉴스 재직 당시 여러 차례 정의연과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관련 기사를 써온 인물이다.

길 할머니 통장에서 외부로 돈이 빠져나간 시기는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던 시기와 상당 기간 겹쳤다. 길 할머니는 2016년쯤부터 치매 증상을 앓아왔다.

정의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지석)는 길 할머니 계좌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의연 측은 "길 할머니 통장에서 (손 소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빼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