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위기' 손정의도 못버텨…22조 T모바일 지분 내놨다

입력 2020-06-18 09:51
수정 2020-06-18 09:54
대규모 투자 손실로 위기에 직면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22조원 규모의 T모바일 지분을 내놨다.

17일 미국 경제매체 CNBC 등 외신은 "소프트뱅크가 다음 주 초 T 모바일 지분의 3분의 2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4월 T모바일이 소프트뱅크그룹의 이동통신 자회사였던 스프린트와 합병해 소프트뱅크그룹이 T모바일 지분 24%(3억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날 주식시장 마감 가격 기준으로 3조3100억엔(37조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소프트뱅크가 가진 T모바일 지분 3분의 2는 2조엔(22조6500억원) 가량이다.

CNBC는 "지분 매각은 T모바일 지분 43%를 보유한 대주주 도이치텔레콤과 협의 결과에 달렸다"고 전제했다. T모바일이 스프린트와 합병할 당시 소프트뱅크그룹 보유 지분 매각을 1년 내에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제한 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대주주 도이치텔레콤이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을 살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면서도 "양사 합의에 따라 매각 제한 조항을 풀 수 있고 합병 2년째부터는 일정 비율로 도이치텔레콤에 지분을 넘길 수 있다"고 했다.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T모바일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탓이다. 소프트뱅크의 1분기 적자만 1조4381억엔(약 16조원)이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같은 적자 규모는 일본 기업 사상 최대 분기 적자다. 2011년 일본대지진 당시 도쿄전력 1분기 적자 1조3800억엔보다 많은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적자는 손 회장이 이끌고 있는 '비전펀드'에서 약 1조9000억엔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체 투자사 88곳 중 50곳의 기업 가치 떨어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