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7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겨냥해 “몰상식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북한 지도부를 겨냥해 나온 발언 중 수위가 가장 높다. 청와대가 강경 대응으로 전환함에 따라 당분간 남북 간 ‘강 대 강’ 대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김여정이)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이고 이는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라며 “우리로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전날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이날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사까지 조목조목 비판하자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메시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직후 나왔다.
김여정이 대북특사 파견 제의 사실까지 공개한 것에 대해 윤 수석은 “비공개로 (특사 파견을) 제의한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로 대북특사 파견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라며 강한 유감을 밝혔다. 청와대는 정보당국 핫라인을 통해 정의용 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중 한 명을 대북특사로 파견하는 방안을 북측에 타진했다.
청와대는 또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 “예의를 갖추라”고 일갈했다. 윤 수석은 “최근 일련의 언행은 북측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모든 사태의 결말은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도 북한에 엄중 경고를 보냈다. 국방부는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한 데 대해 “실제 행동으로 옮길 경우 북측은 반드시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남북 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청와대에 사의를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