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탐사선과 인공위성에서 카메라는 사람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주 궤도에 올라가 임무를 수행하기까지 압력과 온도 변화를 견디면서 고화질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상에서보다 더 견고하면서 정밀한 렌즈가 필수다.
이 같은 광학기기를 제조할 수 있는 업체는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다. 그린광학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우주용 카메라에 들어가는 렌즈를 공동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광학업체다.
미국·인도·유럽 우주개발 협업
조현일 그린광학 대표는 “한국 광학산업의 미래가 우주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정밀 광학렌즈가 필요한 산업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는 데다 한국 업체 간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지상에서 쓰는 카메라용 렌즈 가격은 100만원도 안 되지만 우주에서 사용하는 카메라용 렌즈는 열 배 이상 비싸다”며 “일반 산업용 광학제품보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우주광학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광학전시회에 참석한 뒤 미래 먹거리로 우주광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011년 말 회사에 우주광학연구소를 세워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13년 한국의 과학기술위성에 카메라 렌즈를 공급하며 실적을 쌓았다. 해외로 눈을 돌려 5년 전부터 우주 기술력을 보유한 NASA와 함께 우주용 카메라에 들어가는 렌즈를 제조하고 있다. 레이저 광통신 부품인 비축비구면 미러를 실리콘과 탄소 화합물인 실리콘카바이드(탄화규소)로 개발했고 이를 개량하는 작업을 공동으로 하고 있다.
우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인도와의 협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2년여 전부턴 인도우주국(ISRO)에 1m 이상의 대형 우주용 렌즈를 공급하고 있다. 태양 감시카메라와 우주 감시카메라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입찰을 통해 유럽 에어버스가 주관하는 통신위성에 레이저 통신용 광학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로 선정됐다. 조 대표는 “우주광학에 기울인 투자가 올해부터 결실을 본다”며 “인도에서 올해 1000만달러가량 매출을 올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의료·보안 등으로 수요 확대
조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광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1980년대 국내에 단 하나뿐이던 광학 관련 학과(청주대 물리공학과)에 진학한 이유다. 졸업 후 일본계 광학회사에 들어갔다. 여기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의 핵심 장비인 스테퍼와 극자외선(EUV) 노광설비 등을 일본 등에서 전량 수입하는 현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들 제품을 국산화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999년 그린광학을 창업한 배경이다. 반도체 핵심 설비에 들어가는 광학부품을 제조하는 데서 시작했다. 정교한 광학장비는 방위산업 무기에도 필수다. 국산 지대공 유도 미사일에도 정밀 렌즈를 공급하며 회사를 키웠다. 이익의 절반 정도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국내 대표 기업에 제품을 공급했다. 그 결과 2017년 매출은 395억원으로 증가했다.
위기가 찾아왔다. 이듬해부터 2년 동안 거래처의 신제품 출시가 오랜 기간 지연되고, 사고가 발생해 생산이 중단되는 등 불운이 겹쳤다. 올 들어 우주광학 분야에서 매출이 나오며 실적이 반등했다. 올 상반기에만 2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예상이다.
조 대표는 “자율주행차의 눈이 되는 센서도 결국 광학기술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의료, 보안 등 미래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광학의 수요가 늘고 있으며, 잠재력이 큰 우주광학산업은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