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전 삼일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사진)가 한국공인회계사회를 이끌 새 회장으로 선출됐다. 40년 이상 공인회계사로 감사 현장을 지켜 온 김 회장은 앞으로 회계업계의 상생을 위해 힘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공인회계사회는 17일 5명이 입후보한 가운데 치러진 신임 회장 선거에서 김 회장이 1위를 차지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김 회장은 투표에 참여한 회계사(1만1624명) 중 약 40%(4638명)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상 최초로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회장은 이날부터 최중경 전 회장의 뒤를 이어 2년 동안 약 2만2000명의 회계사를 대표하는 공인회계사회장직을 수행한다.
김 회장은 당선이 확정된 뒤 “기업인들부터 만나 회계법인과 기업 간 상생을 위한 첫발을 내딛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내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방문해 기업들의 애로사항부터 듣겠다”고 말했다. 새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감법) 도입으로 이전보다 감사 규정이 강화돼 어려움을 겪는 기업 측의 의견을 듣고 개선책을 함께 찾겠다는 뜻이다.
회계법인 간 상생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회장은 “그동안 회계법인들은 파이를 키우겠다는 생각보다는 기존 파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데에 치중했다”며 “‘빅4’인 삼일·삼정·한영·안진회계법인의 양보를 이끌어내 중소회계법인도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상생방안으로는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 노하우 전수를 들었다. 그는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 노하우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플랫폼으로 구축해 회원사들이 무료로 공유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감독당국과의 협업에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특히 회계법인에 요구되는 감사품질을 법인 규모에 맞춰 다양화하는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김 회장은 “외부감사를 맡기 위한 등록요건이 획일화돼 있다 보니 소규모 회계법인이 영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감독당국과 꾸준한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감사인등록제도를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출신인 김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 중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하고 1978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했다. 삼일회계법인 한 곳에서만 40년 이상 근무하며 세무부문 대표와 감사부문 대표 등 요직을 거쳤다. 2016년부터는 CEO로서 삼일회계법인을 이끌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