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 남동, 서구가 17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갑작스러운 규제에 당혹감을 표하는 동시에 '실수요자들에게 유리해지겠다'라는 기대감과 '제대로 집값이 오르지도 않았고, 집이 있지도 않은데 말도 안된다'는 의견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부동산 규제 무풍지대로 남아 있던 인천을 6·17 대책에 따라 강화·옹진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동시에 연수 남동 서구 등 3개 구에 대해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인천에서는 그동안 아파트 분양을 받으면 6개월 후에 전매가 가능했다. 앞으로는 원칙적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입주시기) 후에야 전매를 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오는 8월부터 광역시를 대상으로 전매제한을 강화하겠다고 지난달 예고한 터였지만, 시행시기가 갑작스럽게 한달여 정도가 당겨지게 됐다.
부동산 관련카페와 인천에서 주로 활동하는 맘카페, 지역주민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발표된 오전부터 여론이 들끓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은 "정부가 인천의 강남3구를 알아봐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선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와 서구 청라국제도시, 남동구 논현지구 등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대형 아파트와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있는 지역들이다. 이 중 송도국제도시는 지난해부터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중형 아파트들의 매매가가 10억원을 넘나들고 있다. 분양 시장도 동반 호조를 나타내면서 분양가도 고공행진이다. 이번 투기과열지구에서 대출제한을 받는 9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들도 제법 있는 편이다.
자녀들을 국제학교에 보내면서 송도에 4년째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시장을 흐렸던 투기세력들이 빠져나가고 현금 부자들만 송도에 입성할 수 있게 될 것 같다"며 "수요는 줄겠지만 이미 강남처럼 올라간 집값은 떨어지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청약에 거품이 빠져 당첨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송도에 전세로 살고 있는 B씨는 "최근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분양 아파트에 계속 청약을 신청했지만, 경쟁률이 워낙 높아 떨어졌다"며 "이번 대책을 계기로 분양가도 좀 떨어지고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빠져나온지 불과 4개월 밖에 되지 않아서다. 서구는 3기 신도시와 가까운데다 2기 신도시인 검단신도시가 뒤늦게 분양에 나서면서 미분양이 속출했던 곳이었다. 심지어 공공택지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이 강화되면서 미분양이 더 늘어났다.
2019년 3월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선정된 후 '아파트 분양→미분양 급증→ 미분양 감소 → 다른 아파트 분양'을 순환했다. 그러다가 올해 2월에 겨우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벗어났다. 검단신도시는 향후 아파트 분양이 더 남아있어 미분양 우려도 있다. 루원시티 역시 이미 분양권 전매가 이미 강화돼 수분양자들이 준공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서구에는 일부를 제외하고 9억원 이상의 주택이 거의 없다는 점도 지적대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청원글이 올라왔다. 몇시간 전에 올라온 글에 5000명 가까이 동의의견을 낸 상태다. 자신을 검단신도시 수분양자라고 소개한 청원자는 "검단신도시는 아직도 분양 일정이 많이 남았고 입주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빈 땅이다"라며 "검단 주변 아파트값은 3억도 안하는데 10억 넘는 투기과열 지역과 동일선상인 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인천에서는 강화·옹진을 빼고 주택 구매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이내에 의무적으로 전입해야 한다. 1주택 가구는 주택 신규 구매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2주택 이상 보유 세대는 아예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인천 3구에서 1주택 가구는 주택 신규 구매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2주택 이상 보유 세대는 아예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9억 이하는 40%, 9억 초과는 20%로 제한된다. 15억원 이상은 아예 금지된다.
정부는 이번 투기지역 선정 기준으로 "조정대상지역 지정 후에도 과열이 지속되고 있거나, 비규제지역 중 과열이 심각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