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과 온라인 마케팅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인식이 많다. 아파트는 다른 소비재 상품과 비교했을 때 워낙 고가이다 보니 소비자의 연령대가 높다. 가뜩이나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건설사들이 굳이 새로운 소통방식에 도전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 2010년대 이후 SNS 마케팅 열풍이 불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구색 맞추기에 머물렀다. GS건설의 유튜브 채널인 ‘자이TV’는 보수적이던 건설업계 소비자 소통방식에 변화를 이끌어낸 대표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 초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해 ‘실버버튼’을 받았다. 아파트 브랜드 유튜브는 물론 기업 유튜브 중에서도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한 채널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자이 ‘브랜드 정신’, 온라인으로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는 선호도가 가장 높은 국내 건설사 브랜드 중 하나다. 브랜드를 도입한 2002년만 해도 시장 후발주자였던 자이는 건설사 이미지와는 전혀 관계 없는 영문 상징어만 사용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앞선 사람들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인 ‘인텔리전트 라이프’를 표방했다. 게다가 업계 처음으로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고급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받아들이고자 했던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읽어낸 결과다.
자이는 이번엔 건축이 아니라 마케팅 영역에서 새로운 성과를 내고 있다. 기업에 선호도가 높은 온라인 소통 창구인 유튜브에서 실버버튼을 받은 것이다. 실버버튼은 구독자 10만 명이 넘는 채널을 유튜브 미국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기념 증서다. 실버버튼을 받은 것은 국내 아파트 브랜드 유튜브 채널 중 유일하다. 구독자는 11만5000여 명, 누적 조회 수는 약 1000만 회에 이른다.
구독자가 늘어난 배경은 뭘까. 기업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보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내용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최초로 예능 형태를 도입한 부동산 토크쇼 ‘부동산왓수다’가 대표 사례다. 지난 3월 시작한 부동산왓수다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유망 지역, 맞춤형 솔루션, 자이 분양 예정 단지 분석 등을 전달하는 코너다. GS건설 관계자는 “분양 현장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분양소장의 설명과 전문가의 객관적인 분석이 더해져 예비 청약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만이 갖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 청약 때 빈번하게 발생한 부적격 당첨 사례 등을 분석해 제도 현황과 유의점을 담은 영상을 주기적으로 올린다. 올해 초 청약을 받는 주체가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변경됐을 때는 청약홈 사용법을 발빠르게 전달하기도 했다.
‘언택트(비대면) 시대’ 소통 창구로
GS건설은 자이TV를 선보이기 이전부터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해왔다. 7개 채널에 구독자와 가입자만 50만 명이 넘는다. 건설사 SNS 채널로는 압도적 1위다. 국내 기업을 통틀어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가장 활발한 것은 카카오플러스 친구다. 운영을 시작한 지 약 1년 만에 15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다. 신규 자이 아파트 분양 소식이나 자이TV에 새롭게 올라간 콘텐츠 등 다양한 자이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마다 사용 연령층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다양한 채널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채널은 다양하지만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콘텐츠를 제작·운영하는 데 주력한다. 유튜브에는 주 2~3회, 네이버 포스트에는 주 2회가량 주기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기업 SNS 채널이 구색을 맞추거나 형식적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노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untact)’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와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말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자이TV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모델하우스 관람이 어려워지자 업계 최초로 모델하우스 라이브 방송을 도입했다. 실시간으로 모델하우스를 보여주며 소통했다. 기존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했던 모델하우스 방문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실감 있게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케팅 넘은 가치창출
GS건설은 SNS를 통한 의미있는 활동에도 나섰다. 카카오톡과 연계한 스마트 분양 서비스를 개발해 ‘페이퍼 제로(paper zero)’ 캠페인을 점진적으로 확대 중이다. 카카오플러스 친구 자이채널을 통해 분양 개요와 상품 특장점, 모델하우스 위치, 분양 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분양 상담 등에 사용하는 종이를 점차 줄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모델하우스 상담에도 적용하고 있다. 예비 청약자가 스마트 상담 예약시스템을 이용해 상담을 신청하면 대기 인원, 상담까지 걸리는 예상시간 등을 자동으로 전송한다. 상담시간이 되면 상담석을 지정하는 안내 문구를 보내고, 상담 후 소비자가 요청한 자료도 전자문서 형태로 발송해준다. △자원절약 및 환경보호 △전자문서 활용을 통한 정보 보관성 강화 및 위·변조 방지 등 보안 강화 △신속한 처리를 통한 고객 편의성 증진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규화 GS건설 주택건축부문 대표는 “건설사가 검증한 양질의 정보를 자이TV를 통해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최고 아파트 브랜드를 넘어 소비자 소통에도 최고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