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종잡을 수 없이 바뀌는 외국인과 기관 수급에 국내 증시의 출렁임이 커지고 있다.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기계적 매매다.
국내 증시 큰손은 외국인과 금융투자(증권사)다. 두 주체가 어떻게 포지션을 잡느냐에 따라 그날 하루 증시의 방향이 결정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 수급의 두 축인 외국인과 증권사의 경우 주로 패시브 자금 유출입, 현·선물 차익거래 등에 좌우돼 기계적 매매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것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24조2247억원 가운데 46.9%인 11조3714억원은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로 이뤄졌다. 시장에서 외국인 패시브 자금으로 추정하는 부분이다.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을 자꾸 사는 것도 국내 증시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해석이 많다. 방향성 없는 현·선물 차익거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선물이 싸지면 선물을 매수하고 현물을 매도하는 식의 거래다.
외국인과 증권사는 보통 포지션을 반대로 잡지만 가끔 같은 포지션을 잡을 땐 시장 출렁임이 커진다. 코스피지수가 4.75% 급락한 15일에도 그랬다. 이날 외국인은 선물을 9325억원어치 순매수하면서 현물은 478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증권사도 선물을 3440억원어치 순매수하고 현물을 370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둘이 합쳐 8494억원의 현물을 시장에 던지자 시장은 버티지 못했다.
급등락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들이 지수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다. 개인들이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로 몰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운용사들은 해당 ETF의 리밸런싱 매매(일일 재조정)를 위해 선물을 대량으로 팔거나 사고 있다. 지수가 급락했던 15일 선물을 1조627억원어치 순매도했다가 급등세를 탄 16일엔 1조985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는 현·선물 차익거래를 부추겨 외국인과 기관이 16일 현물 5236억원어치를 순매수하게 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급등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