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스터피자, 30년 만에 '눈물의 매각'

입력 2020-06-16 17:39
수정 2020-06-17 00:55

토종 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정우현 전 회장이
창업한 지 30년 만이다.

미스터피자와 커피·머핀 프랜차이즈 마노핀을 거느리고 있는 MP그룹은 16일 매각주관사 삼일PwC를 통해 경영권 매각을 공고했다. 정 전 회장과 아들 정순민 씨가 보유한 지분 각 16.78%를 포함해 특수관계인이 가진 MP그룹 보통주(구주) 48.92%(3953만931주)를 인수하고, 추가로 제3자 배정 신주 발행 방식으로 200억원 이상 이 회사에 유상증자하는 조건이다.

1990년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인근에서 시작한 미스터피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최고 인기를 누렸다. 2000년대 후반 배우 문근영 씨를 내세운 ‘여자를 위한 피자’ 콘셉트가 대박을 쳤다. 감자말이 새우가 트레이드마크인 ‘씨푸드아일랜드’, 닭가슴살과 샐러드를 올린 ‘시크릿가든’ 등 히트작이 줄을 이었다. 2008년에는 커피와 머핀을 함께 파는 마노핀 프랜차이즈를 시작했고, 2009년에는 상장사인 반도체회사 메모리앤테스팅을 인수해 반도체 부문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했다. 중국 미국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2010년대 후반 가맹점 갑질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타격을 받았다. 피자에 공급하는 치즈를 정 전 회장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비싼 값에 공급해 ‘통행세’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미지에 금이 갔다.

2017년 7월 정 전 회장이 150억원 규모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회사는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이 사건으로 상장 적격 여부 실질심사가 시작되면서 주식 거래는 3년 가까이 멈춰 있다.

배달 음식이 다양해지고 가정간편식 시장이 커지면서 피자에 대한 선호가 예전과 달라진 것도 영향을 줬다. 가맹점이 262곳(해외 포함 387곳, 2019년 기준)에 달하는 미스터피자의 매출은 여전히 연간 1000억원을 넘지만 별도 재무제표 기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두 차례 MP그룹 상장폐지를 의결했지만 회사 측이 번번이 이의를 신청해 개선 기간을 받아냈다. 마지막 개선 기간 종료일은 지난 2월 10일이었다. 현재 코스닥시장위원회가 개선계획 이행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정 전 회장 측은 회사의 재무상황을 개선하고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경영권 매각을 선택했다. 회사 역시 최근 반려동물을 위한 피자 ‘미스터 펫자’를 내놓고 뷔페 방식 매장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매각 측은 오는 24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받아 적격 인수후보를 추린 뒤 조만간 본입찰을 할 예정이다. 매각 측이 희망하는 가격은 유상증자 금액을 제외하고 수백억원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톱3’ 피자 브랜드를 인수할 기회인 만큼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일PwC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업체와 관련 식자재 업체 등에서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MP그룹 경영권 매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계열사인 MP한강(옛 한강인터트레이드) 주가는 지난 15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16일에는 7.29% 상승했다. 이 회사는 키스미 등 일본 화장품을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