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 심사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이중처벌’ 가능성 등을 놓고 다시 한번 맞붙었다. 법정에 출석한 손 씨는 "한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처벌이든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16일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심사 두 번째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본래 재판부는 이날 손씨의 송환여부를 결정하려고 했으나 지난 5월 말 검찰과 변호인 측이 모두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제출해 추가 심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손씨 아버지 등 가족들도 방청객에 나왔다.
손씨 측은 국내에서 처벌받은 아동 음란물 제작·유포 혐의에 대해 미국에서 재차 처벌받지 않는다는 보증이 없는 한, 범죄인 인도를 해선 안 된다고 다시금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5월 미국 측에서 보내온 공문을 근거로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인도 허가를 내주면 그 부분에 관해서만 처벌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미국에서 처벌받은 사람들과 공범으로 묶여 처벌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보증이 필요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변호인은 범죄인인도 심문 대상인 국제자금세탁 혐의에 대해서도 손씨가 아버지 명의의 계정을 이용한 것은 맞지만, 도박을 하거나 투자를 목적으로 입금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돈을 은닉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돼있고, 범죄인 인도 사건이 진행 중이라 기소되면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가 되는 점을 감안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손씨는 이날 베이지색 수의를 입고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출석했다. 손씨는 "철 없는 잘못으로 큰 피해를 끼친 점 정말 죄송하다"며 "대한민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라도 받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어 "그간 시간을 많이 허비했는데 정말 다르게 살고 싶다"고도 말했다.
손씨의 다음 신문기일은 내달 6일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간단히 양측 입장을 들은 뒤 이날 송환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심문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손씨 아버지는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며 "(아버지로서) 마지막으로 살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