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은행도 코로나 쇼크…'임금동결' 요구 나왔다

입력 2020-06-16 14:04
수정 2020-06-16 15:01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난항에 빠졌다. 은행을 대표하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강조하며 '임금 동결'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최근 임단협 3차 교섭을 진행했다. 이번 교섭은 노조 측이 앞서 두 차례의 교섭에서 요구한 임금 3.3% 인상, 정년 연장, 점심시간 사업장 폐쇄 등에 대한 사용자 측의 의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노조 측은 지난 3월 말 상견례에서 내년 임금 인상률 '3.3%'를 제시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내놓은 올해 물가상승률(1%) 전망치와 경제성장률(2.3%) 전망치를 더한 수치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물가·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진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공기업 임금 인상률 등 다양한 근거를 종합해 인상률 3.3%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비 진작, 연대 임금 실행 등을 위해 임금 인상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용자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익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은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 정도로 높아 비판 여론도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최근 10년간 임금 평균 인상률은 연평균 2.5% 수준으로 결코 낮지 않았다"며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악화돼 올해 임금 인상률 3.3%는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라고 했다.

일각에선 임금동결에 대한 거센 충돌이 예상되는 만큼, 1%대 초중반 인상에 합의하고 노조 측이 일정 부분을 기부하는 형태로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 노사는 외환위기(IMF) 직후인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3~7% 임금을 인상했다.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임금동결'에 나섰다. 이후 두 차례(2011년 4.1%·2016년 3.3%)를 제외하고는 지난해까지 2%대 임금 인상률에 합의했다.

노조 측은 임금동결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사용자 측의 임금 인상률 제시안을 받아본 후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임금동결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에서 노력하는 금융 노동자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행위고, 노동자에게만 고통 분담을 강요하는 악행이라는 주장이다.

노조 측의 강경한 태도에 사용자 측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사용자 측은 오는 24일 열리는 4차 교섭 및 실무 교섭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간다는 계획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