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만에 '야당 패싱 원 구성'하면서…민주당은 웃었다

입력 2020-06-16 09:38
수정 2020-06-16 09:40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극한 대치 속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미래통합당은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고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개원 국회에서 제1야당의 불참 속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1967년 이후 53년 만이라고 국회사무처는 밝혔다. 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당이 의사일정 거부 방침을 밝혀 국회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는 15일 오후 6시 본회의를 열어 18개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 등 민주당이 자당 몫으로 배정한 6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에는 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등 범여권 의원 187명이 참여했다. 국민의당 소속 3명은 불참했다.

투표 결과 법사위원장에 윤호중, 기획재정위원장에 윤후덕, 외교통일위원장에 송영길, 국방위원장에 민홍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 이학영, 보건복지위원장에 한정애 의원이 선출됐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948년 제헌 국회 이래 국회에서 상대 당 상임위원들을 동의 없이 강제 배정한 것은 헌정사에 처음"이라며 "오늘은 역사에 국회가 없어진 날이고 일당 독재가 시작된 날"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당장 16일부터 모든 상임위를 가동하고 이번 주 안으로 원 구성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53년 만에 야당 패싱 원 구성을 시도하면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웃으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 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상임위원장 선거가 시작되자 기표소 앞에 줄을 선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고,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의원들에게는 다른 의원들이 찾아가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53년 만에 제1야당 없이 원구성을 시도하면서 본회의장에서 웃고 떠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김예지 통합당 의원은 규탄사를 통해 "지난 18대 국회의 경우 원구성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81석, 한나라당은 153석 등 보수 범여권 의석수가 180석을 넘었다"며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은 법사위원장을 고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마지막 견제장치인 법사위원장마저 원칙과 전통을 깨고 민주당이 가지겠다는 여당의 독선은 수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