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치료를 받는 난소암 환자가 난소 기능을 억제하는 주사를 맞으면 조기 폐경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민철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교수(사진)가 유럽암학회지 유로피언저널오브캔서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난소 기능을 떨어뜨리는 성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 작용제는 여성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는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의 기능을 억제하는 약제다. 몸속 난포자극호르몬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는다. 난소암 환자가 항암제 치료를 받을 때 이 약을 병용투여하면 난소 기능이 억제돼 난소 손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가 있었다.
최 교수는 1995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국내 15개 의료기관에서 악성 생식세포종양으로 치료받은 11세 이상 40세 이하 젊은 여성 환자 227명을 대상으로 호르몬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화학항암제 치료를 하면서 성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 작용제를 투여한 환자 63명은 모두 항암치료 후 생리를 시작했다. 화학항암제 단독요법을 사용한 환자 164명은 91%인 149명이 생리를 다시 시작했다. 호르몬제 병용 치료에서 생리를 다시 하는 비율이 10% 정도 높았다. 생리를 다시 시작할 때까지는 평균 7.4개월 걸렸다.
악성 생식세포종양은 전체 난소암의 5%를 차지할 정도로 드문 암이다. 20대 초반 젊은 여성에게 주로 생긴다. 악성 생식세포종양이 생기면 자궁과 반대쪽 난소를 살리는 생식력보존수술을 한 뒤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대부분 재발 없이 완치돼 비교적 치료 효과가 좋다.
하지만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면 하나 남은 난소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높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10~15% 정도 환자가 조기 폐경을 경험한다. 젊은 여성이 40세 이전에 조기 폐경되면 안면홍조, 질 건조증 등의 질환과 함께 심혈관질환, 뇌졸중, 골다공증 등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사망률이 두 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난소암 환자가 항암화학요법을 받을 때 난소 기능을 억제하는 호르몬 치료를 함께 받으면 조기 폐경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젊은 여성 암환자에게 조기 폐경이 생기면 호르몬 변화 때문에 여러 가지 질환이 생기고 삶의 질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폐경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