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비규제지역인 인천인데다 송도는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받지 않아서다. 치솟는 분양가에도 청약경쟁률은 고공행진이다. 분양권에도 수억의 웃돈이 붙으면서 너도나도 청약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연수구 송도동에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3차'(1100가구)의 분양가는 3.3㎡당 2230만원이다. 거실이 3면으로 개방되는 전용 84㎡B형의 분양가가 가장 높다. 최고가 기준으로 8억2293만원이다. 발코니 확장비는 2851만원에 달한다. 이를 합하면 8억51440만원으로 3.3㎡으로 치면 2400만원을 넘는 가격이다.
분양가 통제를 받고 있는 서울보다도 높은 가격이다. 지난해말 영등포구에서 분양된 '신길 더샵 파크프레스티지' 분양가는 3.3㎡당 2149만원이었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7억1200만~7억5600만원이었다. 서대문구 홍은동 'e편한세상 홍제 가든 플라츠'의 전용 84㎡ 평균 분양가는 7억6690만원이었다.
송도국제도시는 풍선효과를 제대로 받은 지역으로 꼽힌다. 수도권에서 규제를 피한데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비롯한 각종 개발호재, 풍선효과까지 맞물리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지역 내 수요 뿐만 아니라 서울 및 외지수요까지 몰리면서 아파트값과 분양가가 동시 상승했다.
문제는 분양가가 이렇다할 견제장치 없이 마냥 상승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특화설계나 경관특화 등을 분양가에 모두 녹여냈다. 송도에서 최근 분양한 아파트들의 가격을 늘어놓고 보면 더욱 확연하게 나타난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고가 기준으로 지난 5월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더샵 송도센터니얼'의 전용 84㎡A형은 8억1000만원이었고, 앞서 3월 공급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는 7억7380만원이었다. 작년 10월에 공급한 '송도국제도시B1블록 대방디엠시티'는 6억8530만원이었다.
작년 10월에서 올해 3월까지 분양가는 12.9% 올랐고, 3월에서 5월은 4.6%, 5월에서 6월까지는 1.5%의 상승률로 계산된다. 송도워터프런트호수를 끼고 있는 입지로 유사한 지역에 들어서면서도 분양가는 6억8530만원에서 8억2293만원으로 8개월만에 20%가 오른 셈이 됐다.
더군다나 현대건설은 이번 3차 부지를 앞서 분양했던 1차(2015년)· 2차(2016년)와 함께 확보해놨던 땅이었다. 이들 2개 단지는 3.3㎡당 1200만~1300만원대에 분양했다. 비록 수년간의 이자비용과 특화설계가 반영됐다지만, 분양가는 4년 만에 두 배가 가까이 오르게 됐다. 지난해부터 나란히 입주한 1·2차 아파트들은 전용 84㎡의 매매가가 6억8000만~7억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하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서도 송도가 포함된 인천의 분양가격 상승은 포착된다. 5월말 기준으로 인천의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434만5000원으로 전년동기(388만1000원) 대비 46만4000원이 올랐다. 분양가 단위가 높은 서울이 같은기간 778만6000원→819만1000원으로 40만5000원 상승한 수준을 웃돈다. 인천은 분양가격지수도 수도권에서 가장 높다. 5월말 기준 143.4로 전년동기(128.0)대비 11.97%가 상승했다.
분양가가 인천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청약경쟁률은 고공행진이다. 더샵 송도 센터니얼은 190가구 모집에 2만7251명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143.4 대 1의 청약을 마쳤고,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는 804가구 모집에 5만8021명이 몰리며 평균 72.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분양을 마무리 했다.
시중에 풀려있는 분양권에 억대의 웃돈은 기본이다. 송도는 비규제지역으로 전매제한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오는 7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송도 더샵마리나베이의 분양권에는 수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전용 84㎡의 분양권은 6억 중반대로 분양가 대비 2억원이 올랐다. 대형면적의 경우 5억원까지 웃돈이 나오고 있다. 랜드마크시티센트럴더샵 또한 전용 84㎡의 분양권에 2억원이 올랐다. 오는 8월 준공을 앞두고 웃돈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송도더샵 프라임뷰는 그나마(?) 1억원대의 웃돈을 유지하고 있다. 준공이 2022년 8월로 여유가 있어서다.
부동산에 쏠린 과도한 열기에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투기 세력이 몰리면서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가, 정부의 규제를 정면을 맞을까봐서다. 송도 지역주민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 카페에는 '집값이 오르는 건 좋지만, 분양가를 보니 무서울 지경', '이 가격에 분양해서 좋은 건 시행사와 시공사밖에 없다', '청약 때 몰려드는 사람수만큼 입주 때에도 인구가 늘어나면 좋겠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내일(17일) 수도권 중에서 파주와 연천 등 접경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 갭투자 방지와 관련된 대책도 나올 예정이어서, 시세 상승을 예측해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기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인천은 이번에 조정대상지역 편입이 유력한 상태다. 특히 송도국제도시가 속한 연수구와 청라국제도시·검단신도시·루원시티 등이 포함된 서구는 조정대상지역을 건너뛰고 바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수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이상의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 세제 등의 규제는 물론 분양권 전매기간도 강화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