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으로부터 비적정(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고 분쟁을 벌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2018년 개정된 신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 이후 감사 기준이 강화되고 회계사 권한이 커지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감사 포비아(공포증)’가 퍼지고 있다.
인천에서 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 A사는 지난 4월 2019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뒤 감사인(회계사)을 형사 고소했다. 감사의견 거절은 외부 회계법인이 감사 대상 회사의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을 만큼 근거 자료가 부실할 때 내는 의견이다. 회계법인은 “회사와 대표이사 간 자금 대여, 주임종단기대여금(회사가 주주 임원 종업원에게 빌려준 돈) 기말 잔액 등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의견거절 사유를 밝혔다. 또 “재고 실사 결과 파악한 수량과 회사가 제시한 재고수불부(재고 입출고 내역을 기록한 문서)상 수량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사는 “감사인의 주장은 허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감사 부실 등의 문제로 올 들어 회계법인을 바꿨다”며 “수년간 회사 감사를 맡아온 B회계사가 감사인 교체에 불만을 품고 작년 감사보고서에 악의적으로 의견거절 판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가 의견거절 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신용도 하락으로 입찰이 제한되거나 은행권 대출이 막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19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다른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재감사를 요청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