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에는 ‘심상사성(心想事成)’이란 말이 있다. ‘사람의 일은 모름지기 마음먹은 대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필자는 같은 현상을 보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으로 결론이 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학생들에게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상이 파괴된 탓에 우리는 점점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돼가고 있는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단어인 ‘언택트’ 경제니 ‘비대면’ 서비스니 하는 말에도 부정의 접두사가 붙기 때문에 무언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사용하는 단어를 바꿔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할 수는 없을까.
언택트와 비대면을 각각 ‘디지털로 콘택트’하고 ‘디지털로 대면’하자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언택트 경제’는 ‘디지택트(digitact) 경제’로, 금융권을 위시한 전자 정부 서비스 등 여러 비대면 서비스는 ‘디지털 대면 서비스’로 부를 수 있는데, 이것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제 질서 도래와 서비스 발굴이란 측면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언어 장난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비대면과 디지털 대면은 기술적 측면에서나 산업적 효과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동안 금융권이나 정부 행정에서의 비대면 서비스는 업무를 디지털화해 인터넷상에서 메뉴를 선택함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받게 하는 방식이었다. 전자정부 플랫폼과 인터넷 뱅킹 서비스가 다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런 비대면 서비스는 잘 정돈된 서비스 메뉴를 만들어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줄여가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고, 이는 창구 직원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비용 절감 방법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메뉴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메뉴들로 인한 혼란 그리고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불공평한 대우 등의 문제를 야기했으며, 기업과 정부의 인력 감축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
이에 비해 디지털 대면 서비스는 기존 인터넷 기반의 메뉴 선택 방식이 아니라 실세계의 상담원을 디지털 화상으로 만나 창구에서 하는 것과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줌이나 다양한 화상회의 서비스를 사용해 서로 얼굴을 보며 업무를 볼 수 있다면 기존에 했던 거의 대부분의 일을 디지털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화상을 통한 소통은 실제 만나서 소통하는 것보다는 부족하지만 충분히 의사소통할 수 있고 그리 불편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디지털 대면 서비스는 현실 세계의 창구 상황을 디지털 화상으로 전환해 디지털 소외 계층의 불편함을 없애주고, 사람들에게 소통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기업과 정부가 사람 중심의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다. 디지털 대면 서비스는 창구 직원을 줄이는 효과는 떨어지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영업점 운영 비용과 직원들의 출퇴근 비용 등의 절감 효과는 여전히 클 것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경영철학 중 첫 번째는 ‘고객에게 항상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라’다. 베이조스는 “고객은 인간으로서 지닌 본능과 욕구에 기업이 응답하기를 원한다”며 고객들이 직접 서점을 찾아 책을 구매하는 불편함을 없애는 것을 시작으로 오늘날의 아마존을 키웠다. 요즘 소비자는 홈페이지상의 메뉴를 일일이 읽고 클릭하기보다는 자신을 도와주는 상담원을 보면서 편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요구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원하지 않을까.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이런 서비스를 위해 직원은 근무지로 출근하고 소비자는 영업점으로 찾아가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디지털로 각자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대면하고 소통하는 시대가 됐으니 언택트도, 비대면도 아닌 디지택트의 시대인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의 선구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 디지택트의 수많은 서비스가 만들어져 새로운 산업 지형을 그려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