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재학생 1만5000여 명에게 2020학년도 1학기 등록금을 일부 환불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울 주요 대학 중 코로나19를 이유로 등록금을 돌려주기로 한 대학은 건국대가 처음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대학으로 등록금 환불 요구가 확산될 전망이다.
건국대는 15일 총학생회와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재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급 방안은 2학기 등록금에서 일부를 감액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지급 대상은 올 1학기 건국대 서울캠퍼스 재학생 중 학부생 1만5000여 명이다. 사실상 등록금 환불인 셈이다.
건국대는 총학 측과 지급 금액을 이번주 안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액수는 1인당 20만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건국대 관계자는 “교내 장학기금과 1학기 불용예산을 활용해 장학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주요 대학 중 코로나19와 관련해 장학금을 지급한 사례는 있었지만 학부생 전원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등록금 환불은 건국대가 처음이다. 연세대는 전자기기 구입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는 식으로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화여대와 성균관대는 각각 4억원, 5억원가량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동국대도 이날 장학금 10억원을 학생 2000여 명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지방대 중에서는 지난 4월 계명대·대구대가 재학생에게 1인당 10만~2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 바 있다. 계명대는 재학생 2만3000여 명에게 20만원씩, 대구대는 1만7000여 명에게 10만원씩 지급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유학생 감소, 방역비용 부담 등으로 예산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중앙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도 “등록금 환불을 검토 중이나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사실상 어렵다”거나 “등록금 환불을 논의한 적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학 최고위과정 같은 수입원 등이 모두 메말랐는데 학생들은 등록금을 환불해달라고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등록금 환불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8000억원 규모의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중 일부를 장학금에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 역시 이런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종 무산됐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환불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 32개 총학이 모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 국회의사당까지 5박6일 릴레이 행진을 시작했다.
전대넷은 교육부와 대학들을 대상으로 한 등록금 환불 소송도 하고 있다. 전대넷 관계자는 “전국 70개 이상 대학에서 2100여 명의 학생이 소송에 참여했다”며 “오는 26일 소송인단 모집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배태웅/김남영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