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살인범"…원주 일가족 사망사건 유포자는 경찰

입력 2020-06-15 17:19
수정 2020-06-15 17:21

최근 강원 원주시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사 기밀인 듯한 내용이 빠르게 퍼진 가운데 이 글을 올린 인물이 경찰관인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최근 회원제로 운영되는 비공개 인터넷 카페에 사건에 대한 댓글을 올린 사람은 원주경찰서 소속 A경찰관이며, A경찰관은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 직원이라고 15일 밝혔다.

강원경찰은 A경찰관이 쓴 댓글을 또 다른 일반회원이 다른 카페에 퍼 나른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A경찰관에 대해서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고 징계처분을 내리는 등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부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건과 관련한 글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나 당직 때 있었던 사건이네…"로 시작하는 이 글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전 남편 B씨(42)는 1999년 군복무 중 탈영해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차량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다니다 경찰에 적발돼 결국 17년 동안 교도소에서 형을 살다 나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A경찰관은 '새벽 6시쯤 갑자기 저 사건 터져서 경찰서 발칵 뒤집혔다'는 등 사건 관련 내용을 열거했고 아버지 B씨를 살인범으로 지목했다.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돼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아들(14)은 흉기를 가진 아버지 B씨에 저항한 것으로 보이며 아내(37)는 남편에 의해 6층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일 원주시 문막읍 모 아파트 6층에서 오전 5시20분쯤 B씨가 유류용기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인화성물질 2통(20L 1통, 5L 1통)을 집안에 들여놓은 것이다. 당시 집 안엔 유증기가 가득했다. 약 30분 후 A씨가 불을 붙이는 순간 6층 집 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당시 폭발 충격으로 베란다 난간은 거의 떨어져 나가 끝부분만 겨우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불은 아파트 내부 112㎡ 중 33㎡ 등을 태우고 4000만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 사건으로 B씨의 아내와 아들이 숨졌고 B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부부는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돼 6층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들은 아파트 작은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몸에서 흉기로 인해 생긴 3~4곳의 상처가 발견됐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