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 회동', '벼랑 끝 압박'에도…법사위원장 '반쪽 표결' [영상]

입력 2020-06-15 19:22
수정 2020-06-15 19:55

더불어민주당이 '반쪽 표결'을 통해 제21대 원 구성에서 가장 논란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직 선출을 마무리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빈소 회동'부터 합을 맞춰 왔지만 원 구성에서 협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15일 민주당은 범여권 정당들과 함께 제21대국회 법사위원장직 등 총 6개 상임위원장직에 대한 원 구성 표결을 진행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을 들고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규탄하기도 했다.


◆ 박병석 "시간 더 준다고 합의 희박"…주호영 "헌정사의 치욕

박병석 국회의장은 본격적인 표결에 앞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박 의장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상태서 일부 상임위만 먼저 구성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라면서 "의장으로 본회의를 두 차례 연기하면서 협상을 촉구했고 저 자신도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길이 국민과 국익을 위한 길이라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시간을 더 준다고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라고 덧붙였다.

홀로 본회의에 참석한 주 원내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오늘은 우리 헌정사에 유례없는 기록을 남기는 날이 될 것"이라며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없이 의사 일정을 올린 것도 잘못됐고 상대 당 동의 없이 강제로 상임위에 배정한 것은 헌정사의 치욕이다"라고 토로했다.

표결 결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는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위원장에는 윤후덕 의원이, 외교통일위원장에는 송영길 의원이, 국방위원장에는 민홍철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는 이학영 의원이, 보건복지위원장에 한정애 의원이 선출됐다.


◆ 20대 국회 마무리는 화기애애했지만…21대 원 구성은 '잡음' 그 자체

김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원내대표 선출 직후 부친상을 맞았던 주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첫 회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후 지난달 14일 이뤄진 본격적인 회동에선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하고 각종 민생 법안 처리를 해내기도 했다.

문제는 본격적인 제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나서면서 벌어졌다. 취임 직후부터 '일하는 국회'를 외쳤던 김 원내대표는 지속적으로 '법대로'를 주 원내대표는 '관행'을 내세우며 평행선을 이어왔다.

김 원내대표는 이대로 가면 18개 상임위원장직 모두를 갖고 올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진행됐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 자리에서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대화도 날씨처럼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네자 주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다 가져간다, 그런 이야기만 안 하시면"이라고 답했다.


◆ '법대로' 김태년 vs '관행대로' 주호영…의장단 선출 두고 '정면충졸'

평행선을 달리던 두 원내대표는 결국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갈등이 본격화됐다. 국회는 지난 5일 21대 국회 첫 본회의를 개최했으나 통합당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의 의사진행발언이 끝난 직후 퇴장했다.

여야 지도부가 막판까지 원 구성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에 이는 예고된 파행이었다. 이에 민주당은 '1(민주당)+4(정의당·열린민주당·시대전환·기본소득당) 전략'으로 범여권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에 열게 돼 있어 민주당은 법대로 같은날 의장단 선출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주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직 포기 선언을 한 3선 의원들에 힘입으며 '배수진'을 치기도 했으나 원하던 법사위원장직은 받아내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끝내 '반쪽 표결'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