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14일(16:4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잇따르는 해외 부동산 부실 투자를 계기로 '대체투자 가이드라인'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딜소싱부터 사후관리에 이르는 투자 전 과정에서의 리스크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각 업권별로 대체투자 리스크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종합관리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지난 12일 이경식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장은 한국재무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연기금의 대체투자: 가치평가와 리스크관리'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지난 주(6월 초)부터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관련 전문기관 10곳으로 TF를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며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그림자 금융 전체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함께 투트랙으로 감독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의 축사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맡았다.
이날 이 국장은 준비 중인 가이드라인의 큰 틀을 제시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의 포커스는 내부 통제와 절차 마련에 있다"며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되 자산별, 운용사별 다양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치평가와 관련해 원론적으로는 자산 유형별 평가 방법을 선택해 일관되게 적용할 계획이지만 독자적인 방법을 채택하는 것도 허용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이 경우 근거를 기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투자 조직과 심사 및 평가 조직을 완전히 분리시키는 안도 언급됐다. 이 국장은 "대체투자 관련해 많은 기관들에서 영업 사이드의 의견이 심사·평가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심사 조직과 영업 조직을 차단하고 회사 내에서 조직 간의 영향 여부를 점검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만드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최고경영자(CEO)의 명확한 의사 결정이 남아있도록 하는 프로세스와 펀드 만기가 도래하기 전 사전적으로 리스크 현황을 점검하는 안 등도 거론됐다. 투자에서 사후관리, 가치평가를 통한 수익률 산출 등 제반 과정에서 판단의 근거를 명시적으로 마련하도록 해 투자의 객관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체투자 자금 조달의 핵심인 투자은행,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그림자 금융 전체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 국장은 "부동산 펀드를 비롯해 다양한 대체투자 건과 관련해 사업장 별로 전체 익스포저 상황이나 자산 상황 디테일한 부분까지 집계할 것"이라며 "그 데이터를 기초로 리스크관리 지도 방안 등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이수철 NH투자증권 상무(전 국민연금 기금운용전략실장)는 "제도나 규정도 필요하지만 투자자들의 유니버스(세계) 자체를 줄이면 안된다"며 "대체투자는 최대한 넓은 시장에서 많은 투자건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부이사장(CIO) 역시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출자자(LP)들은 국내외 우수한 운용사(GP)를 발굴하고 투자 자산군을 다변화하는 것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위험 분산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당국의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이 운용사들의 창의적인 투자건 발굴과 글로벌 확장 노력까지 막으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