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은 없다"…안전경영에 사활 건 기업들

입력 2020-06-15 15:21
수정 2020-06-15 15:2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최근 국내외 공장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 영향으로 안전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안전경영은 임직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소비자의 건강과 사업장 주변 환경오염 방지까지 챙기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 5G,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안전경영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드론 띄워서 안전관리 검사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최근 안전경영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환경과 안전, 건강과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경영 원칙을 바탕으로 안전경영 역량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노후화된 설비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기 위해 접근이 곤란한 곳에 드론을 띄워 상황을 체크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최초로 모바일 앱과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활용한 그룹 차원의 ‘스마트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 위험 요인을 목격하면 모바일 앱으로 제보할 수 있는 ‘안전신문고’를 2017년 10월 신설해 11개 계열사 사업장에서 운영 중이다.

SK에너지는 지난달 핵심 생산 거점인 울산콤플렉스의 원유저장탱크 점검에 드론 검사기법을 도입했다. 예전엔 사람이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다 보니 검사에 한계가 있었다. 남아 있는 유증기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어 안전사고도 우려됐다. SK에너지가 드론 검사를 도입하면서 이 같은 위험은 사라지게 됐다.

LG전자는 산업용 로봇 안전 기준을 지난해 초 제정했다. 스마트 팩토리가 확대되면서 2022년까지 국내외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산업용 로봇이 현재의 7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임직원 안전훈련 실시

안전사고에 대비한 정기훈련도 매년 이뤄진다. 화재 대피, 지진 대응, 화학물질 유출 대응 등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1169건의 비상훈련을 실시했다. 임직원 1인당 평균 2건의 훈련, 19.3시간의 교육을 이수했다.


대기업들은 협력업체 직원들의 안전교육도 돕는다. LG전자는 2015년부터 매년 협력사를 직접 방문해 사업장 내부에 화재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소방, 안전, 전기, 화학물질 등 6개 영역으로 구분해 점검이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2014년 협력사 환경안전 관리를 지원하는 별도 조직을 구성했다.


지역사회 안전 강화를 위한 활동도 확산되고 있다. 안전 강화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안전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현대차그룹은 2009년 개관한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내 ‘키즈오토파크 서울’에서 지난 10년 동안 14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했다. 2014년에는 중국에도 키즈오토파크를 열었다.

SK텔레콤은 지역사회 교통사고를 줄이고 고객의 안전을 생각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내비게이션 앱인 ‘T맵’은 최근 신규기능 업데이트를 통해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우회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어린이 보호경로’ 등을 새롭게 추가했다.


○환경보호 위해 폐기물 줄여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방역도 안전경영의 핵심 축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임산부 및 기저질환자 등 감염에 취약한 인원은 재택 근무를 권장하고, 워크숍 동호회 교육 회식 등 사내외 단체활동을 전면 금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작업자들이 하루 수천 명씩 공장에 드나드는 만큼 공장 전 출입문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출입관리 절차를 강화했다. 마스크 상시 착용과 함께 식당 테이블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식사시간 3부제 운영으로 거리두기를 생활화했다.

기업들은 환경 보호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모든 반도체 공장(총 8곳)이 환경안전 국제 공인기구인 UL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 사업장 인증을 받았다. 포장재 재활용에도 신경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골판지로 만들어진 라이프스타일TV 포장 박스의 각 면에 도트(Dot)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손쉽게 잘라내 조립할 수 있게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