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골프 축제’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20이 오는 25일 막을 올린다. ‘BC퀸’ 장하나(28), 오지현(24), 최혜진(21), 조정민(26) 등 수많은 정상급 선수를 챔프로 배출한 ‘스타 등용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경기 포천의 포천힐스CC를 무대로 삼는다. 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걸고 총 135명의 선수가 실력을 겨룬다.
명승부 제조기…올해는?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은 대회마다 40년 넘는 KLPGA투어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한 명승부를 연출했다. 지난해 최종라운드에서 7타 차 역전 우승을 일궈낸 조정민의 스토리는 ‘올해의 명승부’로 꼽히는 등 연말까지 꾸준히 언급됐다.
당시 조정민의 3라운드 성적은 선두 한상희(14언더파)에게 7타 뒤진 7언더파 공동 6위였다. 하지만 최종라운드를 시작하자마자 4연속 버디로 타수를 줄였고, 9번홀(파4)에선 칩샷 버디를 꽂아넣어 선두를 추격했다. 12번홀(파4)부터 2연속 버디를 낚아챘고, 마지막 18번홀에선 1m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켜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쳤다.
조정민이 거둔 7타 차 역전 우승은 KLPGA투어 역대 2위 ‘최대 타수 차 역전’ 기록으로 남아 있다. 당시 우승으로 2승째를 달성한 조정민은 ‘멀티 챔프’에 오르며 생애 최고(상금 6억9792만원·7위) 시즌을 보냈다.
3라운드까지 압도적 선두를 달리다 ‘드라마’의 조연이 된 한상희의 스토리도 화제를 모았다. 비록 우승은 놓쳤으나 7위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팬들 뇌리에 각인했다. ‘미생(未生)의 반란’이라고 불리며 팬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포천힐스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그는 “포천이 내게 포천(fortune)을 가져다줬다”는 재치 있는 소감도 남겼다.
2016년 대회는 아직까지도 골프 팬들에게 회자된다. 당시 ‘여고생 골퍼’로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키던 성은정(21)이 17번홀까지 3타 차로 앞서다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고, 오지현이 역전 우승을 거두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지현은 이듬해 대회까지 제패하며 KLPGA투어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변별력 위해 4라운드 72홀 고수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은 첫 대회가 열린 2015년부터 4라운드 72홀 포맷을 고수했다. 올해도 어김 없이 나흘간 72홀 승부로 우승자를 가린다. 3라운드 54홀 대회보다 높은 변별력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KLPGA투어의 스타 등용문’이라는 위상을 굳건히 하겠다는 포부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에 체류 중인 해외파 선수들도 출사표를 던져 지난해보다 한층 흥미진진한 승부 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김효주(25), 노예림(19)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를 비롯해 이보미(32), 배선우(26) 등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대표 강자들도 얼굴을 내민다. 여기에 이예원(17), 마다솜(21) 등 국가대표 출신 아마추어 강자들도 출전해 프로 언니들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룬다.
코로나19로 2020시즌 투어가 대폭 축소 운영된 만큼 이 대회 결과에 따라 각종 타이틀 순위도 요동칠 전망이다.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이 끝나면 KLPGA투어는 16개 대회만을 남겨 놓는다. 6월 중순이 지났음에도 ‘억대 상금’ 순위자가 8명(14일 기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철저한 방역 대책으로 대회를 ‘코로나 무풍지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을 수립해 철저한 위생 관리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