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자구노력이 서울시의 훼방으로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 입찰에 당초 15개 업체가 참가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서울시가 문화공원 지정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의 일방적인 공원 지정 추진과 강제수용 표명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서울시의 방해행위를 중단시켜 달라”는 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냈다.
기업이 서울시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발해 권익위에 민원까지 제기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급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코로나 쇼크로 자금난을 겪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유동성 확보만큼 최우선 과제도 없다. 특히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은 정부의 긴급 금융지원과 연계돼 있어 한시가 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공원 조성을 못박아 다른 기업들이 살 수도 없게 해놓고 헐값에 넘기라는 식으로 나와, 개발허가권을 무기로 삼은 ‘행정권 남용’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공공 목적으로 써야 한다는 뜻을 지난해부터 대한항공에 전달했다”고 했지만,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경제환경과 대한항공이 처한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생사기로에 선 기업을 어떻게 하면 도와줄지 고민해도 부족할 지자체가 공익을 내세워 횡포를 부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11일 적기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자산을 캠코를 통해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송현동 부지가 그 대상이 된다고 해도 서울시가 보상비를 낮게 책정한 마당이어서, 캠코가 적정가격을 제시할지도 변수다. 서울시는 이제라도 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벌어질 모든 사태의 책임을 서울시가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