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줄 알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공포가 커지고 있다. 중국에선 코로나19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 56일 만에 신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브라질,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지구촌 곳곳에서 신규 환자가 다시 급증세다. 1918년 봄에 창궐했다가 가을에 재유행하면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은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기 우한과 비슷” 베이징 비상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4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7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38명이 중국 내에서 나왔으며 베이징에서만 36명이 감염됐다. 나머지 두 명은 랴오닝성에서 보고됐다. 베이징에선 지난 사흘 동안 신규 환자 44명이 발생했다. 4월 이후 최대치다.
베이징의 확진자는 펑타이구에 있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신파디시장과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위시 신파디시장 대표는 “수입 연어를 절단할 때 쓰는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베이징에서 소비되는 채소의 70%를 공급한다. 가게만 5526개로, 매일 차량 3만 대와 5만 명이 드나든다.
당국은 신파디시장을 긴급 폐쇄했다. 베이징의 다른 농수산물 시장 다섯 곳도 영업을 중단시켰다. 시장 부근 11개 주택단지 역시 폐쇄했다. 단체관광 및 스포츠 경기가 중단됐고 베이징 내 초등학교 1∼3학년의 등교도 연기됐다.
랴오닝성의 확진자 역시 신파디시장과 관련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일부 지방정부는 베이징 방문 금지령을 내렸다. 보건 전문가들은 “시장과 연계된 코로나19 급증은 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던 후베이성 우한에서의 초기 단계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우한의 화난 수산물시장에서 첫 감염자가 보고된 것과 비슷한 패턴이라는 것이다.
사우디·이집트에서 감염 다시 급증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미국, 아시아, 중동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의 재유행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각각 2, 3위인 텍사스 및 플로리다주에서 신규 환자 수가 매일 최다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 봉쇄 완화를 서둘렀던 텍사스주에선 지난 10일과 11일에 신규 환자가 역대 최다인 하루 2000명 이상씩 발생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이달 9∼10일 하루 1000명가량 신규 환자가 나오다가 11일 1698명, 12일 1902명이 각각 확진됐다. 미국 내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지난주 신규 환자가 하루 최대 3593명에 달하는 등 새 기록을 쓰고 있다. NYT는 “경제활동 재개와 흑인 시위 등이 맞물리면서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보건부는 13일 확진자가 전날보다 2만1704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전체 확진자(1만2000여 명)보다 많은수가 하루 만에 감염되고 있다. 러시아의 신규 확진자는 이달 2일 이후 줄곧 하루 8000명대를 유지하면서 좀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난 12일 기준 확진자 수는 전날 대비 3921명 증가한 11만994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2일 첫 발병 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이집트에서도 13일 하루 동안 1600여 명이 추가 감염돼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재유행 우려가 커지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성급한 봉쇄 완화와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체 인구 이동을 차단하지 않는 한 철저한 코로나19 검사와 접촉자 추적만이 해답”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