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매장 직원들에게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적힌 티셔츠 25만장을 지급한다. 며칠 전 스타벅스가 직원들에게 인종차별 철폐 슬로건이 쓰인 옷이나 액세서리 착용을 금지하자 거센 비난이 일었고 결국 한 발 물러선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금주 중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이건 순간이 아니라 움직임이다(It’s not a moment, It’s a movement)’ 등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 25만장을 미국과 캐나다의 매장 바리스타 및 직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직원들이 신규 티셔츠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인종차별 반대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의상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문구는 비무장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이후 전세계로 번진 인종차별 철폐 시위의 슬로건이다.
스타벅스가 갑자기 인종차별 반대 티셔츠를 단체 주문한 것은 며칠 전 벌어진 일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자사 바리스타와 직원들에게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고 적힌 티셔츠와 뱃지 등 액세서리 착용을 금지했다. 이 조치가 ‘정치적, 종교적, 개인적인 액세서리나 의상은 착용하지 않는다’는 내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앞뒤가 다른 회사 측의 태도 때문이었다. 미 전역에서 관련 시위가 한창 확산할 무렵 스타벅스도 다른 글로벌 기업들처럼 소셜네트워크에 지지 성명을 냈다. 이달 초 트위터에 “우리의 흑인 파트너, 소비자, 지역 사회와 연대하겠다”,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우리는 변화의 일부에 동참하겠다”고 올렸다.
직원 측 대표가 경영진에 규정 완화를 요구하는 등 직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불매운동을 하겠다'며 소비자들의 여론도 급격히 악화하자 스타벅스가 눈치를 보며 한 발 물러서게 됐다. 이번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스타벅스를 비롯해 미국 내 많은 기업들이 직장 내 다양성과 관용을 존중하고 직원들이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