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마루 전문 업체가 전기차에 푹 빠진 이유

입력 2020-06-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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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동화기업의 요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전기차 시장 동향입니다. 동화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마루로 친숙한 업체인데 말입니다.

동화기업은 1948년에 설립돼 소재와 건장재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화그룹의 핵심 계열사죠. 올 3월 말 기준 최대주주인 동화인터내셔널이 지분 45.8%를 갖고 있습니다. 목재보드 생산으로 국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목재보드 사업은 폐목과 원목에서 가공보드, 건장재까지 수직계열화 돼 있습니다. 다른 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배경이죠. 최근 5년 평균 연결 기준 매출을 보면 소재 사업이 73.9%, 건장재 사업이 15.4%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동화기업의 최대 약점은 건설 경기 변동에 너무 민감한 사업 구조를 지녔다는 겁니다. 동화기업에 목재 사업은 비중이 절대적인데 목재 사업은 가구 산업과 주택건설 경기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죠. 움츠러든 수요가 언제 살아날 지도 불확실하고요.

사실 동화기업은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덜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보다는 앞으로 국내 주택 경기와 건설사들의 실적 변동성에 동화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시장에 다수의 대체 제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수입 제품들도 공격적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요. 저가의 수입 제품이 다량으로 유입되면서 업체 간 가격 경쟁은 심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업계 전반적으로 영업실적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전해액과 전자재료 생산 기업인 동화일렉트로라이트(옛 파나스이텍)를 인수했습니다. 옛 파낙스이텍은 2차전지 전해액 전문 업체랍니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됩니다. 동화기업이 화학 사업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지난해 화학 사업 비중은 전체의 20%였는데 올 1분기에는 23.7%로 높아졌답니다. 소재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은 2018년만 해도 80%를 웃돌았지만 빠르게 떨어지고 있답니다. 화학 사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영향이죠.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채산성이 높은 화학 사업이 안정되면 앞으로 목재 사업 부문의 실적 변동성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인수한 전해액 생산 업체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경우 전방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덕분에 매출 전망이 긍정적이랍니다. 2차전지 수요 증가 덕분에 중장기적으로 매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이렇게 화학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재무 상태는 과거에 비해 나빠졌습니다. 지난해에는 주력인 소재 사업의 실적 부진으로 수익창출능력이 예년에 비해 나빠진 데다 기업 인수와 해외법인 투자에 대한 자금 소요로 부(-)의 잉여현금흐름을 나타냈습니다. 과거엔 순이익을 지속적으로 내보 유보하면서 재무안정성을 유지했는데 지난해부터 미래를 위한 투자에 과감하게 나선 영향입니다.

통상 3000억원대이던 총차입금은 올 3월 말 기준으로는 529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은 2018년만 해도 2.5배였는데 올 1분기에는 4.9배로 높아졌고요. 이와 관련 염동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경상적인 설비투자 집행 규모가 연간 200억원 정도라 앞으로 투자부담 완화에 따라 현금흐름창출능력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화학 사업 비중 확대로 인한 사업 다각화 효과가 동화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좀 더 지켜보면 좋을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