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는 1인용, 더치페이죠"…'함께 즐겨요'는 옛말

입력 2020-06-14 07:59
수정 2020-06-14 12:01
'함께 즐겨요, 피자헛'
그렇다. 과거 피자헛 광고에 나왔던 유명한 광고 문구다. 자고로 피자는 8조각을 내어 친구나 가족과 함께 먹어야 제맛이 아니었던가. 라지(대형) 사이즈 시켜서 여러명이 나눠먹던 공유형 음식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이도 옛말이 된지 오래다. 피자시장의 대세는 라지가 아니라 1인용이 됐기 때문이다. 라지 한판에 2만~3만원하던 피자 가격은 이제 한판 3800원부터다. 혼자 먹는 1인용 피자이기 때문이다.

'함께 즐겨요'를 외치던 대표적 피자 외식프렌차이즈업체 '피자헛'도 이 같은 변화의 한 복판에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혼밥 문화 확산에 패밀리레스토랑이던 피자헛은 최근 1인 메뉴 매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11일 피자헛 1인 메뉴 매장인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점을 방문했다.

1인 메뉴 매장은 메뉴가 1인에 맞춰져 있기도 했지만 일종의 '언택트(비대면)' 매장이기도 했다. 매장 입구를 들어서자 두 대의 무인 주문대가 기자를 반겼다. 1인 피자 메뉴는 페페로니 피자, 고구마치즈 피자, 불고기 피자 등 6종이 있었다. 가격은 1판에 3800~4800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1100원을 추가하면 감자와 탄산음료까지 포함해 세트메뉴로 먹을 수 있다. 가격이 너무 저렴해 '이 가격에 팔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가격이 저렴한 이유를 깨달았다. 주문부터 마무리 정리까지 모두 셀프, 소소한 사이드 메뉴인 피클마저도 금액을 내야 먹을 수 있었다.

직장인인 기자에게 '초저가'로 느껴졌던 피자가격. 10대 학생들은 '초저가'라고까지 느끼지는 않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로 느끼는 눈치였다. 이날 홀로 매장을 방문한은 중학생 김상우 군(14)은 "라지 사이즈 피자를 한 판 먹으려고 하면 2~3만원을 내야 하는데 여기서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으니 용돈 쓰는데 눈치가 덜 보인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학원 끝나고 피자를 먹고 싶은데 부모님이 피자를 안 좋아하셔서 배달을 안 시켜주신다"면서 "그래서 혼자 와서 1인 메뉴를 먹고 간다. 나만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말했다.

각자 다른 메뉴를 시켜먹던 세 명의 학생은 이 매장을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안나연 양(17)은 "각자 다른 맛의 피자를 먹고싶은데 라지 피자를 한 판 시키면 같은 맛의 피자를 나눠 먹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곳에서는 각자 먹고싶은 걸 먹을 수 있으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친구들이랑 더치페이를 하는데 나중에 1/n로 돈을 걷을 필요 없이 본인이 먹은 만큼 직접 결제하면 되니까 편하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매장의 형태가 낯설다는 반응도 존재했다. 부인과 함께 매장을 찾 김선호씨(53)는 "피자헛 하면 샐러드바가 있고 도우가 두툼한 피자가 떠오르는데 이곳의 콘셉트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매장 직원이 직접 테이블까지 와서 주문을 받아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기서는 주문도 직접 해야 하더라. 어르신들은 이용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피자헛 1인 메뉴 매장의 등장은 간편식의 등장과도 관련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 집계에 따르면 국내 냉동 피자 시장 규모는 2016년 198억원에서 2017년 880억원, 2018년 952억원으로 3년간 4.8배 뛰며 1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과거 냉동피자는 프랜차이즈 피자에 비해 토핑도 적고 맛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식품업체가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며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피자를 먹게 된 것이다. 이에 프랜차이즈업체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가성비가 좋은 1인 메뉴 개발에 나선 것이다.

프랜차이즈 피자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많아지고 혼밥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면 피자 매장이 패밀리레스토랑의 형태에서 1인 메뉴 매장 형태로 바뀌는 것은 업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 "냉동피자를 대체하기 위해서라도 더 가성비가 좋은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