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핀테크 업체의 외환시장 진입 요건을 낮추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외환서비스 혁신 방안’을 내놓고 핀테크 업체의 외환시장 진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외환서비스의 규제 면제 제도를 신설하고 환전과 송금 업무 위탁을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핀테크 앱을 통해 신청한 해외송금을 가까운 은행 영업점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신청하거나 수령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소액 해외송금 업체 간 네트워크도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각기 다른 국가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해외송금 핀테크 업체들이 서로 부족한 송금망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해외송금에서 일종의 ‘핀테크 연합전선’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환거래법은 원칙적으로 환전과 송금 등 외환서비스를 외국환은행에만 허용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를 통한 송금은 1회 5000달러(약 600만원) 한도 안에서 자사 플랫폼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환전은 장벽이 더 높다. 지난해 하반기 핀테크 업체를 통한 비대면 환전은 5700만달러(약 690억원)로 2018년 하반기에 비해 4200만달러(약 508억원) 급증했지만 여전히 은행이라는 중간 경로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금융소비자가 토스 앱에서 환전을 신청해도 모든 환전 업무는 하나은행이 하는 방식이다.
핀테크업계는 그동안 외환 영역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해왔다.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온 은행과 새로 진입한 핀테크 업체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얘기다. 2017년 핀테크 업체의 해외 송금업 진출을 허용한 이후 핀테크 업체 해외 송금액은 지난해 4월 기준 8억2600만달러(약 9960억원)로 불어났다. 전년 동기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정부 발표 직후 류영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외환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되면 수수료 인하 등 금융소비자 편의가 향상될 것”이라고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은행권은 이번 방안이 정부의 또 다른 ‘핀테크 편애’라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전과 송금은 금융에서도 전문성과 보안이 가장 크게 요구되는 업무”라며 “보고 의무를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