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청결 사회' 집착이 환경·건강에 더 해롭다

입력 2020-06-11 18:22
수정 2020-06-12 03:02
독일보디케어세제산업협회에 따르면 독일 국민이 2017년 한 해 동안 청소용 세제를 사들이는 데 약 24조원을 썼다. 얼굴을 씻는 데에만 약 4조원, 냄새를 없애는 데 약 1조원을 썼다. 깨끗해지려고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것이다. 결과는 어떨까.

독일 언론인 한네 튀겔은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에서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깨끗한 삶’이 모순투성이”라며 “일반적으로 더럽다고 생각하는 세균, 박테리아, 먼지를 없에려는 노력들이 되려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제통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를 메워 생태계를 파괴하고, 소독제인 질산염은 지하수에 스며들어 식수를 오염시키고, 항생제는 쓰면 쓸수록 세균의 내성만 키운다는 것이다.

이 책은 대량소비문화의 ‘청결 사회’가 환경과 건강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밝히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제회사들은 청결에 대한 사람들의 강박을 이용한다. 플라스틱병에 담긴 화학물은 똑같지만 광고 문구는 각각 다르다. 기름때, 물때, 냄새 제거 등으로 나뉜다. 여기서 나온 미세플라스틱들은 바다로 향한다. 그는 “우리가 꼼꼼하게 쓸고 닦을수록 공기와 바다, 땅은 거대한 쓰레기장이 된다”며 “화학물질 탓에 새로운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등 건강에도 해롭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청소와 청결, 위생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만 “위생의 기본 수칙만 지켜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목욕할 때도 세정제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누와 물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피부는 인간이 수만 년 동안 진화하면서 구축한 면역 체계”라며 “샴푸, 세안제, 데오도란트 등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이 오히려 피부에 붙은 ‘좋은’ 박테리아와 세균을 파괴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기후, 대기, 토양 등 지구 생태계는 인류가 수만 년 동안 적응한 환경이자 우리의 면역체계”라며 “자연을 보호할수록 생태계도 우리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