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600곳 투자한 GS홈쇼핑 "대기업도 혁신 안하면 도태"

입력 2020-06-11 17:50
수정 2020-06-12 02:15
밀키트(반조리 간편식) 국내 1위 프레시지, 1020의 마켓컬리 쿠캣, 건강기능식품 에버콜라겐으로 유명한 뉴트리.

이들 ‘잘나가는’ 스타트업은 공통점이 있다. GS홈쇼핑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들뿐이 아니다. GS홈쇼핑이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은 600여 곳에 달한다. 누적 투자액은 약 3600억원. TV 홈쇼핑이 전문 벤처투자사 못지않게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박영훈 GS홈쇼핑 부사장(사진)은 그 이유를 “살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라고 설명했다. 의외였다. 매년 수천억원씩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대기업이 ‘생존’을 걱정하고 있었다. 박 부사장은 GS홈쇼핑에서 벤처투자를 총괄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액센츄어 등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뒤 2014년 GS홈쇼핑에 합류했다.

GS홈쇼핑에 투자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의 혁신적 사업 방식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그는 “미국에선 아마존, 구글이 제너럴모터스(GM), IBM 같은 전통 대기업을 제치고 시가총액 맨 꼭대기에 올라섰다”며 “한국에서도 조만간 벌어질 일”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기존 사업만 열심히 해선 도태될 것”이란 설명이다. GM 사례를 들었다. 누구보다 차를 잘 만들었지만 지금은 추락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전기차를 들고 나와 승승장구 중이다. 그는 “GS홈쇼핑도 언제든 빠르게 추락할 수 있다”고 했다. 회사 내부에선 이 문제를 10여 년 전부터 고민했다. 결론은 벤처투자였다. 내부 혁신이 어렵다면 스타트업처럼 혁신적 DNA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고 이들의 혁신을 이식하는 방법을 택했다.

GS홈쇼핑은 투자만 한 것이 아니다. 투자 기업의 혁신을 성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상품의 변화를 꾀했다. 스타트업 상품을 GS홈쇼핑에서 팔아준다. 바램시스템의 반려동물 관리 로봇이 대표적이다. 원래 이 회사는 유도탄의 위치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로봇에 적용했다. 반려동물은 이 로봇을 따라다니며 운동한다. 사료도 시간마다 내준다. GS홈쇼핑은 이 로봇 출시를 계기로 별도의 반려동물 쇼핑 코너를 만들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