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통화정책, 경기 회복세까지 완화적 운용"

입력 2020-06-12 08:00
수정 2020-06-12 08:17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12일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장기간 올리지 않고 현재 연 0.5%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창립 70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 운용 계획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전날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정상화되는 2022년까지 제로금리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 안정과 원활한 신용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할 때는 금리 이외의 정책수단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연 0.5%로 인하하며 제로(0) 수준에 근접한 만큼 경제가 더 침체될 경우 추가 금리인하보다는 국채 매입 등으로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를 적극 매입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총재는 "발권력은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중앙은행이 지켜야 할 기본원칙"이라면서도 "중앙은행이 '위기 파이터(crisis fighter)’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 침체의 골이 깊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실물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며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민간의 채무상환능력이 나빠지는 점도 회복세를 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나빠질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탈세계화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약화되고 자유무역 질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소득 양극화, 부채 누증 등 경제 각 부문의 불균형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식·기술에 투자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물적자본 축적에 의존하는 과거의 성장 패러다임을 넘어서지 않으면 위기 극복 뒤에도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지식과 기술에 기반하는 생산성 주도의 성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