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관광 부활 전략은 '코로나 안심 천국' [인사이드 베트남]

입력 2020-06-12 11:58
수정 2020-06-12 13:12

베트남 경제가 활력을 찾기 위해선 관광 산업의 부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 정부는 ‘세이프 헤이븐(Safe Haven,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천국)’이란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12일 기준으로 베트남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두 달 가까이 확진자 수도 ‘제로’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 시설 재개방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베트남 관광청(VNAT)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특정 국가에 대한 비자 완화 및 비행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가 1차 목표로 세운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을 비롯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소속 국가들이다. 겨울 시즌인 올 4분기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게 베트남 정부의 계획이다.

방식은 간단하다. 대형 위락 시설을 갖춘 기업을 지정해 해외 관광객을 철저한 검역 하에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2주간의 격리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골프장 등 리조트 내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위락 시설을 벗어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 일본 기업인을 대상으로 비슷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긴급히 입국해야 하는 기업인들을 하롱FLC에서 2주간 격리 의무를 다하도록 한 뒤, 베트남 입국을 허용한 것이다. 이들은 호텔 밖으로는 벗어날 수 없지만, 호텔 내에선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의 경우 정해진 시설에서 즐기다가 곧바로 귀국하기 때문에 기업인 입국보다 위험 부담이 덜하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킬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한국 내 잠재된 해외 여행 수요가 베트남으로 몰릴 수 있어서다.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은 429만명에 달한다. 베트남은 작년에 역대급 규모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약 1800만명이 베트남을 다녀갔다. 전년 대비 16.2% 증가한 수치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은 전체 관광객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매년 급성장 중이다.

관건은 한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진정될 수 있느냐다. 5월 초까지만 해도 한국과 베트남은 상호 격리 의무 해제를 검토했다. 양국 모두 지역 감염자 수 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였다. 하지만 한국 내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베트남 내에선 ‘경제보다 방역이 우선’이란 여론이 훨씬 강하다. 한국 기업인 입국과 관련해서도 베트남 정부 부처 간 치열하게 다툼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계획부(MPI), 외교부 등은 한국측의 예외 입국 요청을 받아들였으나, 보건 당국과 공안 등에서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 내 반(反)베트남 정서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일부 유튜버와 이에 동조하는 이들이 한국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와 관련해 독설을 쏟아내면서 양국 대중들의 서로에 대한 감정은 여전히 악화일로다. 이와 관련,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이달 30일 ‘2020 Meet Korea’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베트남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될 이번 행사에는 베트남 63개 성과 시를 대표하는 이들 400여 명과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인 약 200명이 참석한다.

박동휘 하노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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