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최덕경 명예교수, 19세기 중국 농서 <마수농언 역주> 첫 출간

입력 2020-06-11 10:28
19세기 중국의 농업·농촌 문화의 계승·변화상 조명



부산대학교(총장 차정인)는 인문대학 사학과 최덕경 명예교수(아래 사진)가 19세기 중국 하북의 한전(旱田, 밭) 농서인 <마수농언>을 번역한 <마수농언 역주(馬首農言譯註)>(세창출판사)를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마수농언을 완역해 역주(번역과 주석)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에서조차 마수농언은 현대어로 완역본이 출간되지 못했다.

이 책은 청대 산서(山西) 출신인 기준조(祁寯藻, 1793~1866년)가 1855년에 간행한 농서다. 마수농언의 ‘마수’는 산서성 수양현(壽陽縣)의 옛 이름이다. ‘농언’은 농업, 농촌 및 농민에 관한 다양한 기록을 모은 것이다.

기존의 중국농서가 뚜렷한 경계가 없는 폭넓은 지역의 농업(기술)에 대한 서술이었던 것에 반해, 이 책은 수양현의 농업현실 전반을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은 격동의 19세기에 출판돼 당시 이 지역 농촌의 변모를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전통의 농업과 농촌의 문화가 어떻게 계승되고 변모되는지 나타낸다.

저자인 기준조가 이 책을 발간할 무렵은 농민봉기와 열강이 침입한 내우외환의 시기였다. 향촌은 봉건착취와 소수의 인원이 상품의 가격과 이익을 독점했다. 독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준조는 농업기술의 보급을 통한 생산력 증가를 도모했다.



기준조는 여느 관료와는 달리 농업을 통해 축적한 부를 최상으로 여겼다. 부유한 자제들에게도 생산 활동을 권유해 노동과 생산과정의 귀중함을 알게 하고 그로 인해 절약을 실천하게 했다.

이 책은 화북의 ‘마수’라는 농촌지역을 미시적으로 접근해 아편전쟁과 태평천국 이후 중국 내 봉건적인 질서의 변화와 함께 교통과 상공업의 발달로 인한 곡물가의 영향이 궁벽한 농촌지역에까지 어떻게 미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기존의 한전 농업이 19세기 변혁기에 농업과 농촌문화에 어떤 변화를 주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취했는지를 이해하는 좋은 지침서가 된다.

전체 구성은 지세와 기후를 비롯해 파종과 재배, 농기구, 농언(農諺), 점험, 방언, 오곡병, 곡물가격과 물가, 수리, 목축, 재난대비, 사당제사, 베짜기와 잡설 등 14개 항목으로 돼 있다.

특징적인 것은 전대와는 달리 농서 속에 농업기술과 재배작물만 전하는 것이 아니다. 물가와 재난대비와 제사풍속 같은 사회 현상과 오랜 지역의 농민의 경험이 농언이란 문학으로 자리잡은 것도 잘 소개돼 있다는 점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