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과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를 담은 이른바 ‘가짜뉴스’를 온라인상에 의도적으로 유포했다고 밝혔다. EU가 코로나19 가짜뉴스 유포에 중국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공식석상에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허위사실 대응전략’ 보고서를 최종 공개했다. 베라 주로바 집행위 부위원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EU 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관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통해 민주적인 토론을 저해하고 사회적 양극화 약화 및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시키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U는 처음으로 보고서에 중국을 포함시키로 결정했다”고 했다. 주로바 부위원장은 “증거가 있으면 반드시 말해야 한다”며 “이제 진실을 말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은 당초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 4월말 작성했다. 당초 보고서 초안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책임을 회피하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적인 가짜뉴스 활동을 진행했다”며 “가짜뉴스를 유포하기 위한 정부의 은밀한 비밀작전도 확인됐다”고 적혀 있었다. 중국 공산당의 구체적인 비밀작전 사례도 보고서에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개입하면서 당시 보고서에선 중국 정부 관련 내용이 통째로 삭제됐다. 로이터통신 등 현지 언론은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보고서 발간을 막기 위해 베이징 주재 EU 관계자들과 접촉해 잇단 압박을 가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보고서가 당초 초안대로 발간된다면 우리 정부는 매우 기분이 나쁠 것”이라며 “중국과 EU와의 협력도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EU 집행위는 중국의 개입을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대표는 “당시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보고서 내용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EU 관련 전문매체인 유랙티브닷컴은 이번 보고서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허위정보 유포 작전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정부 주도로 대대적인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 달리 중국에 대해선 모호한 메시지만 내놨다는 것이 유랙티브닷컴의 지적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