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측정을 거부하다 체포되자 경찰관 얼굴에 물을 뿌린 40대 운전자가 거액의 벌금을 내게 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장원정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거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고모(40·여) 씨에게 벌금 1600만원을 선고했다.
고씨는 지난 3월 술에 취해 차를 10m가량 운전했다. 이후 음주 측정을 여러번 거부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생수병에 든 물을 경찰관 얼굴에 뿌렸다.
고씨는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가 다툼이 났고,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리 기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요구하자 홧김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고씨가 음주측정을 거부하면서 경찰관들을 모욕하고 물을 뿌려 폭행했고 대리 기사와 분쟁한 경위나 경찰관들에 대한 불량한 태도에 비춰볼 때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에서 고씨는 음주측정 거부는 인정하면서도 물을 뿌린 혐의는 부인했다.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의 물이 엉겁결에 뿌려졌을 뿐 고의는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씨가 뿌린 물을 맞은 경찰관이 수사 과정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주장을 하는 데다, 물대포를 맞았을 때처럼 강한 충격을 느꼈다고 진술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고씨가 음주 운전을 하게 된 사정과 운전 거리가 짧았고 대리기사 신고로 음주측정을 요구받게 된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전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