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봉쇄조치를 일주일만 앞당겨 시행했다면 사망자 수가 지금보다 절반 이상 줄었을 것이라는 전직 정부 자문위원의 지적이 나왔다.
정부 전직 자문위원인 닐 퍼거슨 임피리얼칼리지 교수는 10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봉쇄조치를 일주일만 빨리 도입했다면 사망자 수를 적어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학자로 꼽히는 퍼거슨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정부에 대응 방안을 조언해 왔다. 그는 자가격리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고문직을 사퇴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영국의 이날 기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4만1128명으로, 전날 대비 245명 늘었다.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누적 확진자는 29만143명으로, 전날 대비 1003명 증가했다. 확진자 기준으로는 미국, 브라질, 러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영국의 누적 사망자와 확진자 모두 유럽에서 가장 많다.
퍼거슨 교수는 영국의 코로나19피해가 가장 컸던 이유로 봉쇄조치가 늦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23일부터 슈퍼마켓 및 약국 등 필수 영업장을 제외한 모든 가게의 영업을 중단시키는 등 봉쇄조치를 시작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일주일 가량 늦었다.
퍼거슨 교수는 “봉쇄조치가 도입되기 3~4일 전부터 발병 규모가 매일 두 배씩 증가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엔 봉쇄조치를 그 때 도입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만약 봉쇄조치를 일주일만 앞당겨 도입했더라면 사망자는 절반 이상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보리스 존슨 총리(사진)는 “그런 판단을 하기엔 시기상조”라며 “아직까지 전염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갈 길이 멀다”고 즉답을 피했다.
영국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백화점과 상점 등 비(非)필수 영업장의 영업 재개를 허용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부터 봉쇄조치가 완화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 비해 2~3주 가량 늦었다. 영국에서 경제활동이 전면 재개되는 건 봉쇄조치가 시행된 지 3개월여만이다. 다만 술집인 펍(pub)과 음식점, 미용실 등 일부 업종의 영업은 이르면 내달 4일부터 재개될 전망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