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 더 더워지고, 더 길어지고 있다. 아직 초여름인데 이달 들어 한낮 기온이 벌써 30도를 웃돌고 있다. ‘올해 여름이 가장 무덥다’는 말이 매년 나온다. 이제 5월 중순부터 9월 중순 이후까지가 여름이란 분석도 있다. 유통·식품업계는 일찍 찾아온 여름을 맞아 다양한 신상품을 내놨다. 여름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술은 맥주다. 6월부터 9월까지는 ‘맥주 성수기’다. 올여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건강음료,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정에서 시원하고 편리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 등 언택트(비대면) 쇼핑에 대한 관심도 높다.
테라·오비·클라우드 ‘맥주 삼파전’
올 상반기 주류업계는 어려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맥주 소비가 많은 외식 매장에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맥주업체들은 여름 휴가철을 이런 추세를 돌려놓을 기회로 보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내놓은 맥주 신제품 ‘테라’와 발포주 ‘필라이트’를 앞세워 여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테라는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국내 맥주 시장을 크게 흔들어놨다. 5월 말까지 누적 8억6000만 병이 팔렸다. 테라는 호주 청정 지역의 맥아를 사용하고, 발효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탄산을 사용하는 등 제품력에 크게 공을 들였다. 호주 내에서도 깨끗한 맥아를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을 오랫동안 탐색하며 테스트를 거듭했다. 100% 리얼 탄산 공법을 적용해 라거 특유의 청량감을 극대화하고 섬세한 거품을 살렸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한정판으로 내놓은 뉴트로풍의 오비라거가 히트를 치자 일반 음식점용 병맥주로 출시했다. 올해 초엔 마트 등 소매 채널로 판매망을 확장했다. 이 제품은 귀여운 ‘랄라베어’ 캐릭터와 매력적인 복고풍 서체 디자인의 패키지가 특징이다. ‘오비-라거’ ‘라가-비야’ ‘등록상표’ ‘東洋의 양조회사’ 등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도 넣었다. 100% 보리맥아로 만든 클래식 라거의 DNA를 그대로 계승해 맥주 본연의 향과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쓴맛을 줄여 부드럽게 넘어간다. 알코올 도수는 4.6도로, 기존 ‘프리미어 오비’ 제품(5.2도)보다 낮췄다.
롯데칠성음료의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는 가장 중요한 원료인 홉에 신경 썼다. 유럽산 홉을 쓰고 차별화한 기술력으로 맛과 향을 끌어올려 호평받았다. ‘물 타지 않은 맥주’를 표방하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올여름 신제품으로는 이달 초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를 출시했다. 라거 맥주의 신선한 맛과 톡 쏘는 청량감이 특징이다. 경쟁사 제품 대비 출고가를 낮춘 ‘가성비 맥주’로 2030 젊은 층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건강한 음료로 건강한 여름나기
시원한 차 음료 가운데서는 동원F&B의 ‘동원 보성녹차’가 인기다. 최근 음료 시장의 화두인 ‘힐링 음료’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동원 보성녹차는 동원그룹의 지원 속에 약 1000억원을 설비에 투자했다. 강원 횡성 동원시스템즈 공장에 무균충전 기술을 도입했다. 차 본연의 맛과 향을 온전히 담아내는 데 최적화한 설비다. 파생 브랜드인 ‘동원 보성꽃차’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녹차밭으로 유명한 전남 보성 지역에서 한정 기간 동안 소량 재배되는 녹차꽃을 말차와 함께 담은 국내 최초의 녹차꽃 RTD(ready to drink) 음료다.
한국야쿠르트는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다이어트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건강기능식품 ‘룩 킬팻 다이어트’를 내놨다.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이 제품은 한국야쿠르트의 특허 유산균을 조합한 락토바실루스 복합물로 제조했다. 캡슐과 액상 두 가지를 함께 먹는 이중 제형이다. 한국야쿠르트의 유산균 기술력을 총 집약했다.
집에서 시원하게 언택트 쇼핑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업계는 새로운 언택트 유통채널 발굴에 힘쓰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가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현대아울렛은 지난 4일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라이브커머스 스타트업 그립과 협업해 이 앱에서 실시간으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하고 있다. 그립 전문 쇼호스트 ‘그리퍼’와 매장의 판매사원이 함께 나와 상품을 소개한다. 소비자는 방송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상품을 살 수 있다. 현대아울렛은 6월 한 달간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오후 9시부터 한 시간가량 방송할 예정이다. 여성, 남성, 스포츠, 주얼리, 핸드백, 잡화 등 다양한 상품군 브랜드 25곳 이상이 참여한다.
신세계백화점은 화장품 사업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스킨케어 제품 ‘오노마’를 내놨다. 대표 상품은 에센스다. 수분, 보습, 미백, 탄력 등 여섯 종류로 피부 고민에 맞춰 골라 쓸 수 있다. 신세계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와 그룹 온라인몰 쓱닷컴에서 판매한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시코르를 운영하며 쌓아온 뷰티 시장 경험을 오노마에 쏟아부었다. “다양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불경기가 지속되자 리퍼브 제품 매장이 늘고 있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은 경기 광교·파주·이천점과 롯데몰 광명점에 리퍼브 매장을 열었다. 리퍼브 상품은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됐거나 매장에 전시됐던 제품, 재고 제품 등을 손질해 재판매하는 것이다. 사용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중고 제품과 구별된다. 가격은 정상 제품보다 30~70% 싸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